19금 콘텐츠에 숨어 있는 자본의 논리

일론 머스크의 AI 스타트업 xAI가 출시한 AI 챗봇 앱 ‘그록(Grok)’에 성인 콘텐츠 생성 기능인 ‘스파이시 모드(Spicy Mode)’가 술적 혁신을 넘어 윤리적 경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가 X에 올린 그록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가 X에 올린 그록으로 생성한 이미지  이미지=일론 머스크 X

2025년 8월 4일(현지시간), xAI는 iOS 버전 그록 앱에 텍스트 기반의 동영상 생성 기능 ‘그록 이매진(Grok Imagine)’을 공개했다. 사용자는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최대 15초 길이의 AI 영상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미지 생성도 함께 지원된다.

문제는 여기에 포함된 ‘스파이시 모드’라는 성인 콘텐츠 옵션이다. 유료 구독자에게만 제공되는 이 기능은 실제로 란제리, 반투명 의상, 반나체에 가까운 이미지와 영상이 다수 생성하고 있어, “AI가 포르노를 만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슈퍼 그록은 월 30달러… 머스크, 직접 성인 콘텐츠 기능 홍보”

xAI는 월 약 30달러의 ‘슈퍼그록(SuperGrok)’ 요금제 가입자에게 AI 이미지·영상 생성 기능과 함께 ‘스파이시 모드’를 제공하고 있다. 스파이시 모드는 기본 탑재된 기능이 아니라, 선택적으로 활성화되는 NSFW 콘텐츠 생성 옵션에 해당한다.

한편, 일부 보도에서 언급된 월 300달러 요금제 ‘슈퍼그록 헤비(SuperGrok Heavy)’는 xAI가 7월 그록4(Grok 4)와 함께 공식 발표한 고성능 요금제다. 이 플랜은 멀티에이전트 기반의 Grok 4 Heavy 모델 접근, 향후 AI 영상 모델 등 차세대 기능에 조기 접근이 포함되지만, 성인 콘텐츠 전용 요금제는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본인의 X(전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파이시 모드로 제작한 이미지를 직접 공유하며 기능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가 게시한 콘텐츠에는 금발 천사 복장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며, 이 기능이 단순한 기술 시연을 넘어 문화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여친 모드냐, AI 와이프냐”… 캐릭터 ‘애니’와 성적 상호작용 논란

xAI는 이미 지난 7월, ‘컴패니언 모드(Companions Mode)’를 통해 감정 교류 중심의 여성형 AI 캐릭터 ‘애니(Ani)’를 선보이며 한 차례 논란을 겪었다.

그록 업데이트를 통해 도입된 애니  사진=그록 캡처

애니는 고스로리 스타일의 금발 캐릭터로, 사용자와 대화하며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상황에 따라 노출도가 높은 의상을 착용하는 등 상호작용을 강화한다.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AI 와이푸(waifu)’, ‘여자친구 모드’, ‘부인 생성기’ 등으로 지칭하며 화제가 됐다.

논란이 커지자 xAI는 남성형 캐릭터 ‘발렌타인(Valentine)’도 추가했지만, 선정성을 중심에 둔 구조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그록 남자 동반자 발렌타인  사진=일론 머스크 엑스
그록 남자 동반자 발렌타인  사진=일론 머스크 엑스

딥페이크 우려 현실화… 유명인 노출 영상도 생성 가능

미국 IT 전문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테일러 스위프트 코첼라’라는 단어만 입력해도 속옷 차림의 춤추는 AI 영상이 생성됐다”고 보도했다. 그록은 “유명인을 음란물로 묘사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지나치게 유연한 프롬프트 처리 시스템은 사실상 제재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이는 AI 생성물이 유명인의 외모를 정밀하게 재현해 딥페이크 성범죄로 악용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그록 앱은 현재 13세 이상 이용 가능 등급으로 운영 중이며, 미성년자 접근을 제한하는 명확한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자금난 속 고가 유료화 전략… “GPU 사기 위한 AI 포르노?”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xAI가 스파이시 모드를 강행한 배경에는 명백한 사업 전략이 존재한다.

일론 머스크  사진=AP, 연합뉴스

현재 xAI는 엔비디아로부터 대량의 GPU를 구매하고 있으며, 이를 수용할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초거대 AI 모델을 학습·운영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이지만, 그 비용은 수천억 원 규모에 달한다.

자금 확보를 위해 xAI는 머스크가 소유한 테슬라, 스페이스X, X(구 트위터) 등 계열사로부터의 투자 유치 외에도, 월 30~300달러에 이르는 고가 구독 요금제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스파이시 모드는 이러한 유료화 전략의 일부다. 윤리적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빠른 수익 창출이 필요한 스타트업의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으며, AI 기술이 이제 ‘사용자의 욕망’까지 비즈니스 자산이 되는 자본의 논리를 보여주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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