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플랫폼 기본값 전쟁…“누가 먼저 써보게 하느냐”의 경쟁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인공지능 스타트업 xAI가 8월 11일, 대화형 AI 모델 그록4(Grok 4)를 전 세계 무료 사용자에게 개방했다. 그동안 유료 사용자에게만 제공되던 최상위 모델을 이제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무료 이용에는 시간당 또는 일일 단위의 사용량 제한이 적용되며,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닌 ‘그록4 헤비(Heavy)’는 여전히 유료 이용자에게만 제공된다.
머스크, GPT-5 ‘무료화’에 맞대응
xAI의 이같은 결정은 오픈AI의 GPT-5 전면 무료 적용 직후 나왔다. 오픈AI는 8월 7일(현지시간) 최신 모델인 GPT-5를 모든 사용자에게 자동 적용하며 사실상 AI의 '기본값'을 교체했다. 이에 xAI는 그록4를 무료로 공개하며 “우리는 더 나은 모델을 공짜로 먼저 쓰게 해주겠다”는 정면 대응 전략을 꺼내 든 것이다.
이번 조치는 당장의 수익보다 접근성과 사용자 확대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사용자들이 AI 모델을 선택할 때 ‘누구의 것을 먼저, 더 많이 써봤느냐’가 중요한 만큼, xAI는 체험을 통한 습관 선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전략은 명확하다…“직접 써보게 하고, 익숙해지게 만든다”
xAI의 전략은 세 가지다.
첫째, 최고급 모델을 무료로 공개해 더 많은 이용자가 먼저 써보게 만든다.
둘째, GPT-5로 쏠리는 흐름을 막고, 머스크가 운영하는 X 플랫폼과 Grok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셋째, “누가 더 강력한 기본 모델을 먼저 경험시킬 수 있느냐”는 인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실제로 그록4는 접속만 하면 ‘오토(Auto)’ 모드로 자동 선택되거나, ‘전문가(Expert)’ 모드에서 고정 사용이 가능하다. 고급 모델을 처음부터 노출시켜 사용자가 높은 수준의 AI 경험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설계한 셈이다. 이후에는 더 많은 쿼리를 원할 경우, 유료 구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성능은 이미 검증…문서 업무 특화 업데이트도 주목
그록4는 7월 공개 당시부터 여러 벤치마크에서 상위권 성능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8월 초에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대용량 PDF 문서도 빠르게 분석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돼, 업무 활용도가 높아졌다. 특허, 논문, 규정집 등 문서 기반 업무에서 즉시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편향’과 ‘콘텐츠 안전’은 여전히 숙제
그록4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TechCrunch)는 그록4가 정치적 주제나 민감한 질문에 일론 머스크 본인의 의견이나 X 게시물을 참고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AI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또한, 이미지·영상 생성 기능인 ‘Grok Imagine’의 ‘Spicy 모드’는 성인 콘텐츠나 딥페이크 영상 생성 가능성으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유명인을 기반으로 한 비동의 콘텐츠가 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콘텐츠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기본값'을 선점하는 쪽이 이긴다
AI 플랫폼 경쟁은 이제 성능보다 ‘배포 전략’의 싸움이 됐다. 누가 먼저 더 나은 모델을 무료로, 더 많이 체험시키는가가 승부를 가른다. GPT-5가 선제적으로 움직였고, 그록4가 즉각 대응에 나섰다.
두 회사 모두 무료 체험 → 유료 전환 구조를 띠고 있다. 당장은 사용자 확보가 중요하고, 이후에는 유료 구독과 API 활용을 통해 수익을 올린다는 계산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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