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인이 된 배우를 되살리는 기술, 과연 윤리적인가?

스타워즈의 시리즈 영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는 고인이 된 두 배우, 타킨 총독 역의 피터 쿠싱과 레아 공주 역의 캐리 피셔를 CG로 스크린에 다시 등장시켜 큰 화제가 됐다. 

왼쪽: CG로 구현한 '레아 공주', 오른쪽: 대역 촬영 중인 '잉빌드 데일라'
왼쪽: CG로 구현한 '레아 공주', 오른쪽: 대역 촬영 중인 '잉빌드 데일라'

이 기술은 단순한 '시간 되돌리기'를 넘어, 이제 AI의 힘을 빌려 배우의 존재 가치와 영화 제작의 윤리적 경계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기술적 성취를 넘어, 창작과 윤리 사이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할리우드의 기술적 도전: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다

위 두 영화의 제작진은 고인이 된 배우를 되살리기 위해 기술적, 예술적 노력을 기울였다. 타킨 총독의 경우, 배우 가이 헨리가 모션 캡처 장비를 머리에 쓰고 연기했고, 그 위에 CG로 피터 쿠싱의 얼굴을 덧씌웠다. 레아 공주는 노르웨이 배우 잉빌드 데일라의 대역 촬영 후 CG로 20대 초반의 캐리 피셔 얼굴을 재현했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는 '로그 원' 이전에도 있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서는 촬영 중 사망한 폴 워커가 CG로 등장해 서사를 마무리했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같은 영화에서는 배우의 젊은 시절 모습을 CG로 구현했다. 

관객의 반응은 엇갈렸다. CG인 것을 알아챈 관객들은 '불쾌한 골짜기'를 느끼며 어색하다는 평을 남겼지만, 기술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관객들도 많았다.

창작과 윤리의 충돌: 새로운 쟁점들

CG와 AI 배우의 등장은 곧 창작과 윤리의 충돌로 이어진다. 사망한 배우의 디지털 초상권을 누가,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로그 원'의 공동 제작자는 "희망의 순간을 전달하기 위해" 캐리 피셔의 등장이 중요했다고 밝혔지만, 고인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었다. 동시에, AI 배우가 활성화될수록 신인 배우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배우라는 직업의 본질적 가치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에 사용된 디에이징 기술   [사진: 디즈니+]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에 사용된 디에이징 기술   [사진: 디즈니+]

이러한 윤리적 쟁점 외에, 아무리 정교한 CG라도 어설픈 부분은 관객의 몰입을 깨트려 영화의 서사적 완성도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AI 배우의 미래: 새로운 가능성과 책임

AI 배우는 분명 영화 제작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배우의 나이를 실시간으로 조정하거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스턴트 장면을 구현하는 등 창작의 자유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그만큼의 윤리적 책임과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다. 

AI 배우가 영화의 새로운 얼굴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을 활용한 창작의 경계를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선종호 칼럼니스트 pigbot98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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