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블업은 “AI 비용 다이어트”라는 독특한 정체성으로 출발해 이제는 글로벌 인공지능 인프라 시장에서 ‘운영체계(OS)’를 자임하는 기업으로 부상했다. 2020년 이후 매년 흑자를 이어온 드문 사례이자, CES·GTC 무대를 통해 미국·일본·브라질 등으로 무대를 확장하고 있다.
설립 10년, 연구실 애로에서 탄생한 ‘AI OS’
2015년, 포항공대에서 계산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신정규 대표는 “AI 연구실은 늘 GPU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안고 동료 박사들과 회사를 세웠다. 그 결과물이 Backend.AI다.
초기 버전은 2015년 말 ‘소르나’라는 이름으로 공개됐고, 2017년 말 오픈소스로 전환되며 Backend.AI라는 이름으로 정식 론칭했다. 이후 엔비디아·삼성전자 등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면서 GPU 자원 가상화·자동 스케줄링·관제 시스템을 결합한 AI 인프라 운영체계로 자리잡았다.
윈도우가 개인 PC 위에서 다양한 앱을 관리하듯, Backend.AI는 수천 대의 GPU 서버 위에서 모델 학습·추론을 관리하는 AI 전용 OS로 평가받는다. 특히 엔비디아 DGX-Ready Software 인증을 획득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투자와 성장, 흑자와 공유의 문화
투자 현황: 엔젤 → 프리A → 시리즈A까지 총 세 차례, 2023년 시리즈A에서 105억 원을 유치.
실적: 2023년 약 70억 원, 2024년 약 50억 원 매출. 흑자는 2020년 이후 매년 지속.
문화: 영업이익의 20%를 전 직원에게 N분의 1로 배분하는 이익 공유제. CEO 법인카드 내역까지 모두 공개하는 투명 경영으로 업계 화제가 됐다.
CES와 GTC 글로벌 무대에서 드러낸 본색
래블업은 CES 2025에서 PALI(Performant AI Launcher for Inference)를 선보였다. 다양한 생성 AI 모델을 앱처럼 서빙할 수 있는 토탈 인퍼런스 솔루션이다.
이어 GTC 2025에서는 Backend.AI Continuum과 Backend.AI for Personal Supercomputer를 선보였다. Continuum은 클라우드 API 장애 시에도 온프레미스로 자동 전환해 무중단 운영을 보장하고, Personal Supercomputer 버전은 DGX Spark·Jetson 등 개인·엣지 장비에서도 고밀도 AI 성능을 구현하는 경량판이다.
기술 경쟁과 지정학 리스크
글로벌 경쟁사 Run:AI는 2024년 말 엔비디아에 인수되며 생태계 내부로 편입됐다. 반면 래블업은 벤더 종속 최소화 전략(벤더 프리)을 내세우며 독자 노선을 이어간다.
다만 2024년 초, Backend.AI는 전략자산으로 분류되면서 일부 국가(예: 러시아)에는 판매가 불가능해졌다. 신 대표는 “시장은 크지만 거칠다”고 표현하며, 엔비디아 승인 절차와 지정학적 제약 속에서 글로벌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지능을 ‘계량화’하고 ‘공급’하겠다는 비전
래블업은 앞으로 10년을 ‘지능 계량화 시대’로 정의한다. 물리적 힘이 마력으로, 컴퓨팅이 클럭·플롭스로 수치화된 것처럼, 창작·지적 능력도 조만간 지능력(知能力)이라는 단위로 계량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신 대표는 “우리는 지능을 공급하는 회사가 되겠다”고 강조한다. 이는 모델·데이터·컴퓨트 위의 추상 레이어에서 지능 자체를 서비스화하겠다는 포석이다.
IPO와 미국 지사, 그리고 AI OS의 세계 표준
래블업은 2025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설립하고, IPO 트랙도 본격화한다. 창업 모토 “Make AI Accessible”처럼 GPU 자원을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쓰게 하는 AI OS의 세계 표준을 목표로 삼는다.
AI가 인간의 창작 활동까지 대체하는 세 번째 혁명의 초입에서, 래블업은 “비용을 줄이는 OS”를 넘어 지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글로벌 허브로 자리매김하려 한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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