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가 공개한 영상 생성 앱 ‘소라(Sora)’가 글로벌 흥행과 동시에 저작권 논란에 휩싸였다. 디즈니, 닌텐도, 지브리 등 세계 주요 콘텐츠 기업들이 법적 대응을 검토하면서 인공지능(AI) 산업 전반에 ‘저작권 전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AI 영상 앱 ‘소라’, 전 세계서 폭발적 확산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지난 9월 말 출시한 영상 생성 애플리케이션 ‘소라(Sora)’는 단 몇 초 만에 텍스트를 실사 수준의 동영상으로 변환해주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이용자는 “포켓몬과 함께 춤추는 남자”, “스폰지밥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 등 문장 하나로 캐릭터 영상을 제작할 수 있으며, 생성된 콘텐츠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확산되고 있다.
출시 일주일 만에 전 세계 다운로드 수는 수백만 건을 돌파했고, 미국과 일본에서는 ‘AI 영상 틱톡’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스폰지밥·사우스파크·포켓몬까지…“저작권 침해 불가피”
문제는 소라 앱에 ‘스폰지밥’, ‘사우스파크’, ‘슈퍼배드’, ‘포켓몬스터’ 등 저작권 보호 대상 캐릭터가 무단으로 등장하는 영상이 다수 게시되면서부터 불거졌다.
CN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소라에서 생성된 캐릭터 영상 대부분이 원 저작자의 동의 없이 제작됐다”며 “저작권 분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한 영상에서는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포켓몬 캐릭터와 함께 등장해 “닌텐도가 우리를 고소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돼 논란에 불을 지폈다.
일본 콘텐츠 업계 “미국만 보호하나”…글로벌 반발 확산
일본 언론들은 오픈AI가 디즈니 등 미국 대형 미디어사와는 일부 캐릭터 사용 제한 계약을 맺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기업에는 별도 협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한 일본 출판 관계자는 “법 체계 차이라고 해도 일본 콘텐츠를 무시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며 “소라가 일본 애니메이션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논란은 한·중·일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AI 콘텐츠 보호 장치’의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오픈AI, “저작권자 직접 통제 기능 도입하겠다”
논란이 커지자 샘 올트먼 CEO는 10월 4일 자사 블로그를 통해 “저작권자가 자신의 캐릭터 사용 여부를 직접 통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현재는 저작권자가 사용 거부를 신청(opt-out)해야 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사전 동의(opt-in)에 가까운 형태로 강화할 예정”이라며 “AI 생성물의 권리 보호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AI가 향후 저작권자에게 일정 수익을 배분하거나, 캐릭터 사용 라이선스를 거래하는 구조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법적 리스크 본격화…AI 저작권 전쟁의 서막
스탠퍼드대 마크 렘리 교수는 “소라의 다수 영상이 명백히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오픈AI가 집단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생성한 영상이 실제 인물·브랜드·캐릭터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정교해지면서, ‘AI가 만든 콘텐츠에 누가 책임을 지는가’라는 근본적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AI 학습용 데이터의 저작권 인정 여부를 두고 입법 논의에 착수했으며, 한국 문화체육관광부도 ‘AI 창작물 저작권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올해 안에 발표할 예정이다.
산업계 “AI 창작물, 저작권·초상권 모두 새 기준 필요”
AI 영상 생성 기술은 미디어·엔터테인먼트·광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혁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인류의 창작 기반인 ‘원저작물 보호’가 위협받고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AI가 만든 영상이 기존 저작물을 단순 참고했는지, 실질적으로 복제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것”이라며 “저작권과 초상권 모두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산업이 진정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작자 권리를 보장하는 기술적·법적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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