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N잡러 시대, 평범한 직장인들도 가끔은 퇴근시간 이후 자신만의 재능을 살려 또 다른 직업을 가지며 새로운 소득을 창출하는 것을 꿈꿉니다. 누군가는 퇴근 후 글을 쓰고, 누군가는 저녁 식사 후 영상 촬영을 위해 다시 외출 준비를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인공지능(AI) 툴을 활용해 주말에도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시대인데요.

오늘은 본인만의 개성을 살려 이색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프로 N잡러로 '갓생'을 살고 있는 김완준 대표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프라우드컴 대표이자 팝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소주 아티스트이기도 한 김완준 대표는 너무나 바쁜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각 영역에 '몰입'하며 꿈에 한 발짝 씩 다가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김 대표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겠습니다

김완준 프라우드컴 대표 겸 아티스트 퍼니준 
김완준 프라우드컴 대표 겸 아티스트 퍼니준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크리에이티브 PR 에이전시 '프라우드컴(PROUDCOMM)' 대표이자 아티스트 퍼니준(Funnyjun)인 김완준입니다. 동아일보 패션지 에디터, MBC 연출부, IT 전문 기자, 인터넷방송 PD 등 미디어 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왔어요. 이후 성균관대와 방송통신대에서 기금 및 홍보 담당 직원으로 10여 년 근무하기도 했죠. 이후 새로운 도전을 위해 공기업으로 이직을 하게 됐었어요.

하지만 하루 출근하고 나서 '이 길이 과연 일평생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맞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이후 종합 커뮤니케이션 기업 함파트너스에 둥지를 트고 10년간 PR 전문가로 활동했었습니다.

미디어 업계에 나름 잔뼈가 굵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경험한 PR 업무는 생각했던 것보다 범위가 굉장히 넓더라고요. 저는 하고 싶은 일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편인데 그런 저에게 PR이 굉장히 매력적인 분야로 다가왔습니다. 다양한 브랜드도 경험하고 나중엔 나만의 비즈니스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도 열려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티스트 퍼니준은 뒤에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지만, 저의 아티스트 정체성은 단순한 '부캐'가 아닌 또 다른 자아(Ego)입니다. 그동안 김완준이 퍼니준에 투자해왔다면, 지금은 퍼니준이 받아온 투자를 김완준에게 성과로 보답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소주 아티스트 퍼니준의 스토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Q. PR 에이전시 대표이자 아티스트이신데, 이런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는 학창 시절부터 호기심이 굉장히 많은 학생이었어요. 고등학생 때는 별명이 '물음표'일 정도로, 모든 것에 '왜?'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죠. 사실, 예술가적 기질이 타고났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그 감각들이 틈틈이 드러났지만 본격적으로 개화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먼저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은 역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길에서 주운 단추나 못을 동네 어른들께 건네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옷은 잘 사는 이웃집 형에게 물려받는 게 당연했죠. 종종 사람들이 버린 물건 중 제게 쓸모 있는 물건들은 거리낌 없이 주워서 고쳐쓰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가구, 스피커처럼 부피가 큰 물건들에도 손을 대기 시작했는데 그 모습을 본 어머니께서 '귀신 붙는 거 아니냐'라고 하시며 말릴 정도였죠.

예전엔 음악을 레코드 판(LP)으로 들었는데 LP판도 길거리에서 쉽게 주울 수 있었거든요. LP판도 너무 소중해 보였는지 당시에 주운 LP판을 이용해 콜라주를 만들곤 했는데 이때부터 주운 물건을 활용해 저만의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매력에 빠져들었나 봐요. 지금은 여행 중 모은 티켓과 바우처, 딸의 장난감 등도 버리지 않고 잘 보관하고 있어요. 이 모든 것들은 언제든 영감을 받았을 때 새로운 아트로 표현할 준비를 마친 것들이죠. 쓸모없는 것 없다!라는 말이 떠올라요(웃음)

Q. 이력 중 '소주 아티스트'가 눈에 띄네요. 처음 들어보는데 흥미로워요

제가 지난 2014년 첫 번째 저서 '대학홍보의 법칙'을 출간한 후, 또 다른 책을 쓰기 위해 소재를 발굴하던 과정에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소주를 주목하게 됐습니다. 혹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술이 뭔지 아시나요? 하이트진로의 참이슬이에요. 당시 이 사실을 접하고 놀랐는데 놀랍게도 소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나 기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게 됐었죠.

소주를 우리나라의 문화가 담긴 K콘텐츠로 재해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소주 러버가 되어 꾸준히 연구하며 저만의 방식으로 소주를 표현해오고 있습니다.

Q. '팝업사이클링'을 처음 제시하셨는데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는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성향이 있어요. 어떻게 하면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어 나만의 콘텐츠로 해석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는데요. 전 직장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할 때도 업사이클링 개념을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조금이라도 쓰레기를 줄일 방법을 찾곤 했어요.

그러던 중 업무차 성수동 일대 팝업스토어를 방문했었는데 며칠 뒤 다시 현장에 가보니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바뀌어있었어요. 그때 떠오른 생각은 '기존에 설치했던 자재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였어요. 대부분 폐기물이 됐겠죠. 기업들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큰 비용을 들여 만든 구조물과 자재들이 행사 종료와 동시에 전부 버려지는 모습을 문제로 인식하게 됐고, 이 문제를 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해결해 보자는 목표가 생기게 됐습니다.

업사이클링은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공간과 물건에 새로운 스토리를 부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팝업스토어는 짧은 기간 운영 후 철거되면서 막대한 자원이 소비되는데, 이 자원을 다시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경제적으로도, 환경적으로도 의미가 크겠다는 판단이 들었죠. 그래서 팝업스토어+업사이클링 개념을 결함한 팝업사이클링(Pop-up Cycling)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하고 팝업스토어 기획 단계서부터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기존에는 버려진 물건을 변형하거나 용도를 바꿔 작품을 만들었지만 이제는 팝업사이클링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어요.

하나의 사례로 2024년 에이블씨엔씨의 뷰티 브랜드 '미샤'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 저는 유휴 공간에 주목했습니다. 진행 장소가 50년 이상 된 건물이라 벽이 낡아 떨어지고  우풍도 심했으며 바닥과 천장이 깨져있었는데요. 원래대로라면 팝업스토어 조성에 필요한 비용과 철거 비용이 크게 늘어났을 거고 이 과정에서 폐기물도 많이 발생했겠죠.

그래서 저는 이 낡음을 '미샤 아일랜드' 컨셉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부자재를 중심으로 공간을 구성해 물성매력을 살리고, 스토리를 담아냈어요. 오히려 오래된 공간의 빈티지한 분위기가 업사이클링으로 탄생한 자재들과 조화를 이루게 됐고, 덕분에 방문객에게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어요. 공간 업사이클링 가치를 담고 있다는 부분에도 많은 공감을 받았습니다.

Q.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팝업스토어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유가 뭘까요?

'디지털의 꿈은 아날로그', 제가 자주 하는 말이에요. 인간은 편의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발전시켜 왔지만 그 끝에는 결국 가장 아날로그적인 디지털, 즉 인조인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자리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에게 회귀본능이 있듯 인간도 본능적으로 원점에 회귀하려는 성향이 있어요. 팬데믹을 거치며 디지털 세계가 급격히 확장됐지만 그럴수록 인류는 손으로 만지며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성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의 큰 특징은 '깔끔한 복제'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복제되고 반복되면서 개성이 부족해지지만 그만큼 실제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정확성을 보유하고 있어요. 하지만 아날로그는 어떨까요? 하나하나 사람의 손을 거치다 보니 조금은 엉성하고 불완전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인간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2025년 2월 <How to drink SOJU> 전시 프로젝트를 위해 태국 치앙마이를 방문했는데 이곳의 오래된 건물들은 재질과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같은 게 없었어요. 치앙마이가 전세계 수많은 관광객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해요.

디지털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깃든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디지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오감을 통한 경험을 추구하는 인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의 매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팝업스토어를 철거할때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발생하나요?

보통 팝업스토어 규모에 비례합니다. 예를 들어 한 행사를 위해 1톤 트럭이 다섯 번 왕복했다면, 철거 과정에서 부수고 압축하는 작업을 거쳐도 최소 1톤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발생해요. 성동구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내 사업장 일반폐기물 배출량이 2018년 51.2톤에서 2022년 518.6톤으로 10배 이상 늘었다고 해요. 소비자들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게 됐고 미디어에서도 팝업스토어가 야기하는 환경 문제를 지적하고 있어요.

이제는 단순히 팝업스토어를 연다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는 시대가 아니에요. 행사 이후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까지가 팝업스토어 기획의 중요한 기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팝업스토어는 특정 브랜드가 기획하고 운영하는 만큼, 폐기물 처리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해요. 기업의 ESG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죠. 따라서 앞으로 더욱 개선될 여지가 클 것으로 예상해요.

Q. 팝업사이클링을 적용하면 어느정도의 리소스를 절감할 수 있나요?

초반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비용 세이브가 크지 않다고 생각되실 수 있어요. 각 브랜드마다 팝업스토어를 통해 노출하고 싶은 제품을 비롯해 컨셉이 전부 다르기도 하고 공간의 특성도 상이하죠. 특히 팝업스토어 진행 공간 특성도 달라서 개별 공간에 맞춰 설계해야 하고, 소재도 가격이 높은 친환경-재활용 제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팀과 협업하려면 기획 비용도 당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 생각에는 자재 비용이 높기 때문에 오히려 자재를 최소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게 되고 그로 인해 쓰레기를 절감할 수 있어요.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친환경 제품 포트폴리오도 다양해지며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가격이 점차 낮아지면서 전체적인 리소스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팝업스토어를 기획할 때 일회성이 아닌 지속성을 가질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소재를 재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거나 공간이 가진 맥락과 물성을 최대한 활용해 쓰게리 발생을 줄이는 방식이죠.

Q.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 소주 아티스트 교집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업사이클링을 삶과 예술의 중심축으로 봅니다. 삶 속에서 흔하게 접하는 모든 것들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다르게 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음주 문화는 어떨까요? 예로부터 관성적으로 현 세대에 전해져 왔고 술과 관련된 문화, 예절을 체계적으로 연구한 자료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소주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지만, 주도(酒道)는 체계적으로 연구한 자료를 찾기 쉽지 않아요. 너무 흔하고 익숙하다 보니 깊이 있게 조명되지 않았던 거죠.

저는 우리나라의 주도를 업사이클링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주라는 오브제를 통해 한국의 음주 문화를 현 세대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아카이빙하고자 했습니다. 전 세계에 널리 보급된 소주의 단순한 음용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세계인에게 한국의 건전한 술 문화를 알리고 싶었거든요. 

이러한 관점에서 소주를 바라볼까요? 일단 업사이클링 아티스트가 남들이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 버려진 물건에 새 생명을 부여하는 역할이라면, 소주 아티스트 역시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던 우리의 술 문화를 다시 정립하고 새롭게 해석해 고유 문화로 아카이빙하며 예술로 표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시도를 통해 2021년 제가 집필한『알랑말랑 소주 탐구생활』이 출간됐고 본격적인 글로벌 프로젝트로 발전하게 됐어요. 책 속 200여 점의 일러스트도 직접 그렸는데 이것을 포스터로 제작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시를 열고 안무가와 음악가들과 협업해 소주와 관련된 퍼포먼스도 선보이며 한국의 주도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2025년 1월 23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소주 랩소디』에도 소개됐어요. 한국의 주도가 글로벌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조명된다는 점에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는데요,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웃음)

Q. 향후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정말 하고 싶은 일들이 많지만 크게 세 가지로 압축해 말씀드릴게요. 첫째, 프라우드컴 동료들과 함께 PR에 관한 책을 집필하는 것입니다. PR의 매력과 중요성을 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 전파하고 싶고 크루들도 책을 쓰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갖게 해주고 싶네요.

둘째, 팝업사이클링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재고 전문 쇼핑몰 '리씽크'와 협업해 다양한 작가들과 단체전을 기획하려고 해요. 리씽크는 업사이클링 가치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천하는 곳으로,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팝업사이클링의 개념을 더욱 확장하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소주 아티스트로서 '한국 주도(酒道) 아카데미'를 열 계획이에요. 이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우리의 술 문화를 배우고 직접 체험하며 K-컬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하며 관광의 필수 코스로 정착시켜보고자 합니다. 

immersive+ 칼럼니스트 mkt@olimplan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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