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방금 한 말을 잊어버리는 이유… 해답은 ‘컨텍스트 윈도우’에 있다”

AI가 대화 도중 앞 내용을 갑자기 잊어버리는 현상은 오류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는 AI가 기억을 저장할 수 있는 ‘맥락의 한계’ 때문이며, 이 기억 범위를 결정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컨텍스트 윈도우(Context Window)다.

AI의 기억력은 무한하지 않다

컨텍스트 윈도우는 AI가 한 번에 기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의미한다.

사람에게 단기 기억 용량이 있듯, AI도 입력할 수 있는 정보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이 범위를 넘어서면 앞부분 정보가 자연스럽게 밀려나 사라진다.

예를 들어, 윈도우가 20만 토큰인 모델은 그 이상 길이의 문서를 입력하면 초반부가 잘려나가고 뒷부분만 남은 상태에서 답변을 생성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왜 앞말을 기억 못 하지?”라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왜 중요한 기술일까?

1. 대화의 자연스러움

맥락이 유지될수록 AI는 사용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며, 긴 대화에서도 흐름이 끊기지 않는다.

2. 긴 문서 처리 능력

컨텍스트 윈도우가 넓은 모델일수록 보고서·논문·책 등 방대한 분량을 한 번에 분석할 수 있어, 기업과 연구기관의 활용성이 크게 높아진다.

3. 환각 감소

앞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 AI는 빠진 부분을 ‘상상’으로 채우며, 틀린 정보를 생성하기 쉽다.

충분한 윈도우는 이러한 AI 환각(hallucination)을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윈도우 확장 경쟁… AI의 새로운 격전지

초기의 AI 모델은 수천 토큰 수준의 짧은 문맥만 처리했지만, 최근 모델들은 백만~1억 토큰까지 컨텍스트 윈도우가 확장되며 사실상 ‘장기 기억’에 가까운 능력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회의록 전체 분석 ▲장편 소설 기반 질의응답 ▲대규모 데이터 문맥 비교 등이 가능해지며 활용 범위는 더 넓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컨텍스트 윈도우의 확장이 AI의 지능적 발전과 직결된다고 평가한다. 기억이 길어질수록 추론력과 분석력도 함께 강화되기 때문이다.

더 많은 기억이 아닌, 더 올바른 기억

하지만 기억 범위가 넓어질수록 ▲비용 문제 ▲개인정보 유출 위험 ▲편향된 정보의 장기 누적 같은 새로운 쟁점도 등장한다.

이 때문에 AI 연구자들은 기억 데이터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문맥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기술을 최적화하고 있다.

AI는 ‘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넘치는 것’을 놓친다

AI가 앞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정해진 기억 창문이 꽉 찼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화가 길어질수록 필요한 부분을 다시 알려 주거나, 핵심 정보를 한 번 더 상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다.

컨텍스트 윈도우는 단순한 기술 용어가 아니라 AI가 얼마나 길게, 정확하게, 똑똑하게 사고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AI와 협업하는 시대, 우리는 이제 ‘AI의 기억력’부터 이해해야 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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