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폴더블폰 판매 목표를 700만대로 상향하면서, 정체된 플립형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미국 시장에서 모토로라에 역전을 허용한 뒤 삼성 안팎에서 “플립형 반전 없이는 글로벌 1위 회복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커지면서, 내년 신작을 통한 휴대성·가격 경쟁력 회복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700만대 목표”… 폴더블 시장 주도권 사수 위한 삼성의 승부수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내년 폴더블폰 출하 목표치를 700만대로 정하고, 사실상 ‘폴더블 중심의 성장 전략’을 공식화했다. 올해 갤럭시Z 폴드7이 두께 25% 감소, 무게 10% 감소라는 체감 혁신으로 흥행에 성공한 반면, 플립형 모델은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모토로라가 올해 1~7월 기준 점유율 78%를 기록하며 삼성(22%)을 크게 앞섰다.
한동안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삼성의 플립형 지위가 불과 1년 만에 흔들린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MX사업부가 130조원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플립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플립7의 ‘체감도 부족’이 만든 격차… 2026년은 완전한 체질 개선 원년
올해 출시된 갤럭시Z 플립7은 전작보다 무게를 1g 줄이고 두께를 5% 남짓 개선하는 데 그쳤다.
폴드7이 보여준 급격한 변화와 대비되며, 소비자들은 플립형에서 “혁신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특히 플립의 핵심 매력인 휴대성에서 큰 개선이 없었다는 점이 미국 시장에서의 역전을 불렀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내년 플립 신작이 두께·무게·가격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재구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삼성 내부에서도 “체감도 있는 변화 없이는 플립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이 선명해지고 있다.
초슬림·초경량·가성비… ‘삼성판 플립 재편’ 시나리오
내년 플립형 모델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동시에 거론되고 있다.
첫 번째는 폴드7에서 검증된 초슬림 설계를 플립에도 이식해 ‘주머니에 넣었을 때 가장 가벼운 폴더블’이라는 신기준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두 번째는 가격대와 옵션을 세분화해, 미국·중국 등 플립형 약세 지역에 100만 원대 중가 모델을 투입하는 전략이다.
모토로라가 플립형 원가 경쟁력을 내세워 미국 시장을 흔든 만큼, 삼성 역시 가격 전략을 재정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에는 ‘초경량 플립’과 ‘가성비 플립’ 두 가지 모델을 일부 시장에서 병행 투입하는 방식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2026년 삼성 MX의 방향… 폴더블 리더십 수성에서 시장 반등까지
삼성전자는 내년을 ‘폴더블 리더십 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폴드·플립 라인업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할 것으로 보인다. 플립은 휴대성과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폴드는 프리미엄 기능을 집약하는 방식으로 시장 포지셔닝을 더 뚜렷하게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올해 폴드7의 성공이 보여준 기술 리더십을 플립형에도 확장하고, 지역별 수요에 맞춘 제품 다변화를 통해 MX사업부 매출 130조원 달성 루트를 완성한다는 목표도 제시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2026년 신작에서 플립형의 근본적인 재설계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며 “내년 폴더블 전략은 삼성이 다시 한 번 글로벌 스마트폰 패권을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