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냉각비·규제에서 자유로운 ‘오비탈 컴퓨팅’ 시대가 온다
미국 테크 업계의 시계가 빠르게 ‘지구 밖’으로 향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모델의 연산 수요가 폭발하면서, ‘전력 병목’을 해결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장기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 구글, 엔비디아 등 기술 패권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앞다퉈 ‘우주 데이터센터(Orbital Data Center)’ 구상을 내놓으며 지구 기반 인프라의 한계를 넘어서는 전력·컴퓨팅 경쟁의 막이 올랐다.
■ 빅테크의 다음 전장, ‘지구 밖 데이터센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을 이끄는 제프 베이조스는 최근 행사에서 “향후 10~20년 안에 기가와트(GW)급 우주 데이터센터가 가동될 것”이라며 “지상보다 우주가 더 경제적으로 유리해지는 시점이 분명히 온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주가 규제·전력·환경 제약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AI 인프라 확장의 해법이 결국 지구 밖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일론 머스크는 스타링크 위성망과 스페이스X의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활용해 고지구궤도에 태양광 AI 서버 클러스터를 띄우는 계획을 제시했다. 머스크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한다면 4~5년 안에 스타십이 연 100GW 규모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전력 소비량 약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 구글·엔비디아도 뛰어든 ‘오비탈 컴퓨팅’ 경쟁
구글은 이달 초 ‘프로젝트 선캐처(Project SunCatcher)’를 발표하며 우주 데이터센터 개발에 공식적으로 합류했다.
구글은 “태양은 인류 전체 전력 생산량의 100조배가 넘는 에너지를 방출한다”며, 우주 환경이 초거대 AI 시대의 가장 적합한 전력·컴퓨팅 인프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2027년 초 위성 2종을 발사해 우주형 하드웨어를 검증할 계획이다.
엔비디아 또한 스타트업 스타클라우드와 협력해 우주 데이터센터 기술 공동 개발을 추진하며, 차세대 GPU 연산 클러스터를 지구 대기권 밖으로 확장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 왜 우주인가? AI 시대가 요구하는 ‘완전한 전력 조건’
AI 연산량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며 기존 데이터센터 구조를 압박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이후 초거대 모델이 주류가 되면서 데이터센터는 전력, 냉각, 부지, 규제라는 네 가지 한계를 동시에 마주했다.
우주는 이러한 제약을 근본적으로 제거한다.
▲24시간 태양광 확보: 날씨·시간의 영향 없이 안정적 에너지 공급
▲자연적 냉각 환경: 진공 상태에서의 방열로 냉각비 절감
▲규제로부터 상대적 자유: 발전소 건설 규제와 무관
▲용수 불필요 환경: 지상 데이터센터의 핵심 부담 제거
특히 전력 비용은 AI 인프라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로, 우주 전력 구조는 장기적으로 AI 훈련·추론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 전력난이 만든 선택…“10년 내 실현 가능”
AI 붐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국가 단위 전력망을 압박하자,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픈AI는 정부와 기업에 매년 100GW의 전력 용량 추가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전력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자 머스크의 xAI는 임시 방편으로 가스 터빈 발전을 사용하며 자체 전력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일부 우주·에너지 전문가들은 우주 데이터센터가 “10년 안에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며 현실적 사업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NASA 출신 필 메츠거 교수는 “AI 서버의 우주 이전은 지구 너머 인류 확장을 위한 첫 실질적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 오비탈 데이터센터 시대, 이미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기술적 난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발사 비용, 우주 환경 내 장기 내구성, 유지보수 문제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초거대 AI가 만들어낸 ‘전력 병목’과 지상 인프라의 한계를 고려할 때, 우주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미래 구상이 아니라 AI 패권 경쟁의 필연적 다음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구글과 엔비디아가 동시에 눈을 들어 우주를 바라본 것은 단순한 우주 산업 확장이 아니라, AI 시대의 전력과 연산 주도권을 놓고 펼쳐지는 새로운 전장이 지구 밖에서 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테크인싸 tlswnqo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