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칼럼]
인류의 경제사는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수천 년이건 수십만 년이건 큰 의미가 없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성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라 왕족이나 조선 후기 왕족이나 삶의 수준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지금의 세상은 제1차 산업혁명 이후 250여 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놀라운 성장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세계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산업 대부분이 한 세기 정도의 역사에 불과하다.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치열한 각축의 시기에 혁신이 일어나고 산업이 탄생했다.
산업의 꽃이 피는 과정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문화산업, 그중에서도 영화 산업이다.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뤼미에르 형제가 순회 상영을 하며 영화라는 예술을 소개한 때는 1895년경이었다. 불과 130년 전의 일이다. 그 사이 할리우드는 미국 문화의 대명사가 됐고 그렇게 영화는 산업으로 발전했다. 뜨고 지는 수많은 스타들과 함께.
드라마틱한 영화 산업 발전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영화제다 . 세계 최초의 영화제는 1932년 베니스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시작된 베니스 영화제다. 전쟁의 먹구름이 짙어가던 시기에 문화로 세계를 하나로 잇겠다는 도전이었다. 전후에는 유럽 영화산업 재건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오늘날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베니스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프랑스의 칸 영화제,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도 자국의 영화 산업과 연계되어 지역 콘텐츠의 세계화를 이끄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이제는 국가 브랜드 그 자체다. 프랑스는 칸 영화제를 통해 '프렌치 시네마'라는 독보적 브랜드를 구축했고, 독일은 베를린 영화제로 예술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유럽 영화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들 영화제가 성공한 배경에는 공통점이 있다. 시장 틈새를 찾아내고 블루오션을 개척했다는 점이다. 대형 스튜디오와 상업 영화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작가 주의, 스타덤,예술 영화, 글로벌 공존이라는 가치를 키워 세계적 브랜드가 되었다. 산업과 일자리는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 세계 각국은 특색있는 영화제로 도시 브랜드를 키워가고 있다.
29초영화제의 추억
필자도 영화제를 만든 적이 있다. 2011년 한국경제신문 재직 시절 창설한 '29초 영화제'다. 짧은 영상의 시대를 예감하며 '광고보다 1초 짧은' 영화제를 기획했다. 전국 200여 개 대학 영상학과 출신들을 비롯 영화 애호가들에게 '등용문'을 마련하고자 했다. "누구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동영상 플랫폼의 부상과 맞물려 새로운 영상 창작의 문법이 됐다. 이 단편 영화제를 통해 ‘입봉’한 10만여 ‘감독’들이 이후 한국 동영상 발전을 이끈 주역들이 됐다고 믿는다.
다만 아쉬운 것은 글로벌 브랜드를 확립 못한 점이었다. 베니스, 칸, 베를린, 선댄스 영화제 같은 영화제를 늘 부러워했다. 그런데 기회가 왔다.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이 국경을 지웠고, 생성형 AI가 언어의 장벽을 없애주었다. 거기다 AI는 이제 동영상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뚝딱 만들어줄 수 있다. 그리고 메타버스라는 넒은 세계는 이런 창작물들을 공유하며, 즐기는 새로운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국경과 장벽이 없는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차세대 세계 영화제 브랜드를 꿈꾸는 이들의 도전이 시작될 것이다. 필자가 책임지고 있는 코리아 메타버스 저널이 오는 6월 개최키로 한 ‘글로벌 메타버스 AI 영화제(GMAFF:Global Metaverse AI Film Festival)도 그 중 하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올해 AI로 제작한 영화,그 중에 작품이라고 불러줄만한 AI영화가 최소 1만편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객들과 그들의 연결고리를 마련하고 공정한 심사로 시상하고 새로운 문법으로 작품들을 큐레이션 한다면 디지털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새로운 직업군의 탄생
이제 시작이지만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디지털 휴먼이 등장하고, AI가 대본을 쓰며 캐릭터를 창조하는 시대다. 이 영화제를 통해 탄생할 수 있는 직업군은 상상 이상이다. 디지털 아바타 디자이너, AI 시나리오 작가, 메타버스 공간 감독, 버추얼 아이돌 기획자, AI 기반 영상 크리에이터 등 새로운 직업들이 줄지어 등장할 것이다.
특히 이런 산업 기반은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한류라는 세계적인 문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K-POP 아이돌의 글로벌 팬덤, 한국 드라마의 넷플릭스 성공 신화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기술력과 문화력을 동시에 갖춘 나라다. 메타버스와 AI 기술을 접목하면 누구보다 빠르게 새로운 영상 산업의 블루오션을 선점할 수 있다.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기존 시장의 경쟁을 피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이다. 업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신념이 바탕이다. AI와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키운다면, '메타버스 감독', 'AI 시나리오 작가'라는 새로운 직업이 대중화된다면, 한국이 세계 메타버스 영상 산업의 허브가 되는 것도 꿈은 아니다.기술은 준비되어 있고 시장은 꿈틀대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 발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같은 꿈을 가진 동지들에게 조용히 출사표를 내미는 바이다.
권영설 주필 yskwo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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