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반 몰입형 VR 눈 건강 솔루션 기업 ‘뉴냅스’, 넥스트라이즈에서 주목받다

AI와 헬스케어가 결합한 신산업 중 가장 빠르게 진화하는 분야, 바로 디지털 치료제다. 특히 뇌 손상 후 시야장애라는 미개척 영역에 몰입형 VR 기술과 인공지능을 융합해 솔루션을 제시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뉴냅스(NUNAPS) 이야기다.

뉴냅스 로고
뉴냅스 로고

넥스트라이즈 2025에 참가한 뉴냅스는 단순한 ‘의료기기’ 제조업체가 아니다. 이들은 AI·VR·인지과학·UX디자인·임상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치료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테크놀로지 혁신 기업이다. 특히 ‘눈’을 시작으로 신경계 질환 치료의 영역을 넓혀가며, 기존 제약과 치료 접근의 한계를 디지털 방식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시야장애에 도전한 세계 첫 몰입형 디지털 치료제

뉴냅스의 대표 제품인 ‘Nunap Vision’은 뇌 손상 환자에게 흔히 발생하는 시야 협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VR 기반 독립형 디지털 치료기기(Software as a Medical Device, SaMD)다. 사용자는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AI가 설계한 시각 자극 훈련 프로그램을 반복 수행한다. 이를 통해 뇌 시각 중추에 신경 가소성(neuroplasticity)을 유도하고, 시야 회복을 목표로 한다.

Nunap Vision 훈련 모습
Nunap Vision 훈련 모습

Nunap Vision은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국내 최초 디지털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은 제품으로, 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다기관 확증 임상이 진행됐다. 환자 맞춤형 훈련 알고리즘과 몰입형 경험 디자인으로 기대를 모았다.

인증 실패… 기술과 제도 사이의 간극

하지만 Nunap Vision은 2023년 말 식약처 최종 품목 허가 단계에서 조건부 승인에 실패하며 시장 진입에 제동이 걸렸다. 식약처는 “효과성 입증에 대한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며, 제품의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 자료의 불충분함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뉴냅스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치료제(DTx)에 대한 평가 체계가 정립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독일 등지에서도 규제 기관의 기준은 여전히 높고 일관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뉴냅스 측은 “제품 자체의 기술성이나 안전성은 입증된 바 있으며, 향후 보완 연구와 글로벌 규제 전략을 통해 재도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기반 맞춤형 UX 플랫폼으로의 확장

뉴냅스의 경쟁력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반 UX 설계에 있다. 환자의 뇌 손상 부위, 시야 손실 정도, 인지반응 등을 분석해 맞춤형 훈련 루틴을 설계하고, AI가 학습하며 실시간으로 최적화한다.

이 과정에서 인지심리학, 인터랙티브 디자인, 게임 메커닉이 결합된 몰입형 환경이 적용되며, 실제 사용자 경험의 질을 높이고 있다. 내부에는 신경과 전문의뿐 아니라 게임 개발자, UX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가 협업하고 있어, 치료제이자 사용자 중심 플랫폼이라는 점이 뉴냅스의 차별화된 강점이다.

“디지털 치료제, 보험과 연결되는 플랫폼 산업”

디지털 치료제는 단순한 건강관리 앱이 아닌, 의사의 처방과 임상 근거가 요구되는 제3세대 치료제로 분류된다.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들이 디지털 치료제의 급여 적용을 검토하거나 확대하고 있으며, 독일, 일본, 미국 등은 이미 일부 제품에 대해 보험 적용을 시작했다.

뉴냅스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맞춰 일본·유럽 시장 진입 전략과 보험사 협업 모델을 병행 추진 중이다. 단순한 제품 판매가 아닌, 디지털 치료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을 도모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약 2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치료제에서 생태계로… 뇌 질환 전반을 향한 파이프라인 확장

뉴냅스는 Nunap Vision을 시작으로, 향후 치매, 간질, 만성통증, 뇌졸중 후유증 등 다양한 신경계 질환에 대응하는 파이프라인을 준비 중이다. 실제 환자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밀화된 치료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사용자 기반 디지털 약’이라는 철학을 중심에 두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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