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T-5 개발에 클로드 활용? 명백한 약관 위반"
AI 시장을 주도하는 두 빅테크 기업, 앤트로픽(Anthropic)과 오픈AI(OpenAI)가 기술 평가와 데이터 활용 문제를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앤트로픽은 최근 자사 인공지능 서비스인 ‘클로드(Claude)’에 대한 오픈AI의 API 접근을 차단했다. 오픈AI가 클로드를 자사 도구에 연동해 GPT-5 개발과 평가에 활용한 행위가 서비스 약관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클로드 API 전면 차단...약관 위반 근거로
미 IT전문지 와이어드(Wired)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7월 31일(현지시간) 오픈AI에 API 차단 사실을 공식 통보했다. 앤트로픽 측은 오픈AI가 클로드를 통해 자사 기술을 테스트하고, 민감한 주제까지 평가한 점을 문제 삼았다.
크리스토퍼 널티(Christopher Nulty) 앤트로픽 대변인은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이미 많은 개발자들이 활용하고 있으며, 오픈AI 기술팀도 GPT-5 출시 전 이를 사용했다”며 “일부 행위는 당사 약관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앤트로픽의 상업용 약관은 클로드를 ▲경쟁 제품 개발 ▲AI 모델 훈련 ▲리버스 엔지니어링 및 복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픈AI “업계 표준일 뿐…유감스럽다”
오픈AI는 앤트로픽의 조치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자사 행동은 업계 관행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해나 웡(Hanna Wong) 오픈AI 홍보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AI 산업 전반에서 타사 모델을 평가해 자사 기술의 성능과 안전성을 향상하는 것은 일반적인 절차”라며 “앤트로픽의 API 결정은 존중하지만, API는 여전히 앤트로픽에도 개방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차단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오픈AI는 개발자 API를 통해 클로드를 통합, ▲코딩 ▲글쓰기 ▲CSAM(아동 성착취물) ▲자해 ▲명예훼손 등 다양한 민감 주제를 포함한 응답 분석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API 정책 강화하는 앤트로픽
앤트로픽은 최근 경쟁사와의 API 교류에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에는 오픈AI의 인수 가능성이 제기된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에도 클로드 접근을 차단한 바 있다. 당시 자레드 카플란(Jared Kaplan) 앤트로픽 최고 과학책임자는 “클로드를 오픈AI에 판매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며 강하게 선을 그었다.
또 이번 API 차단 전날에는 클로드 코드의 급증한 사용량과 일부 약관 위반 사례를 이유로, 일정 기준 이상의 ‘헤비 유저’에 대해 사용량 제한 조치도 시행했다.
일부 접근은 허용…“안전성 평가 목적에 한해”
앤트로픽은 다만, 벤치마크 테스트나 안전성 평가 등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목적이라면 오픈AI의 API 접근을 제한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예외 조항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될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업계 경쟁 구도, 점점 더 복잡해져
이번 API 차단은 단순한 서비스 이용 제한을 넘어, 오픈AI와 앤트로픽 간 기술적 신뢰 붕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두 기업 모두 고성능 AI 모델을 출시하고 있으며, 상호 기술 벤치마킹은 경쟁력 유지의 핵심 수단이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양사 간 협력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졌고, AI 생태계 내 기술 공유와 투명성 문제에 대한 논의도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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