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CI  이미지=카카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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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 선발전 탈락 이후…‘토큰경제’로 전면 선회

카카오가 주요 계열사를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인공지능 국가사업(K-AI)에서 탈락한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던 카카오는 ‘토큰경제’라는 새로운 파고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플랫폼, 결제, 금융이라는 3대 핵심 기능을 갖춘 카카오는 스테이블코인 전개에 가장 유리한 구조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카카오, 공식 TF 출범…대표 3인 공동 TF장

카카오는 최근 정신아(카카오), 신원근(카카오페이), 윤호영(카카오뱅크) 대표가 공동 TF장을 맡은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공식 출범시켰다. TF는 국내외 스테이블코인 시장 동향과 기술적·제도적 전략을 총괄적으로 검토하며, 초기 기획단계부터 실무 실행까지 단계적으로 이행 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TF 활동은 아직 초기 단계로, 전략 검토 및 사전 분석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상표권 출원까지 선제적 준비…페이·뱅크 총력전

TF 출범에 앞서, 카카오페이는 6건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카카오뱅크는 4건의 관련 상표권을 각각 특허청에 출원한 바 있다. 명칭, 브랜드, 유통 방식 등에 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사업화 가능성을 본격 타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는 단순한 내부 실험을 넘어, 실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및 활용 생태계 구축을 염두에 둔 실질적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이미지=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업계 제공,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이미지=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업계 제공, 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왜 지금 카카오인가?

미국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페이팔은 자체 스테이블코인(PYUSD)을 발행했고, 메타 역시 발행을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비롯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며 제도적 기반이 빠르게 마련되고 있다.

시장도 급격히 성장 중이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8월 기준 약 2,573억 달러(357조 원)에 달하며, 국내 상반기 거래 규모도 약 83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규제 정비와 시장 팽창이 동시에 일어나는 ‘골든타임’을 맞아, 국내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카카오는 이 흐름 속에서 단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카카오톡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지갑, 카카오페이는 실시간 결제망, 카카오뱅크는 원화 예치 및 수탁, 카카오페이증권은 향후 자본시장 토큰화 인프라라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의 그룹 내에서 발행·수탁·유통·결제·투자까지 전 과정을 통합 운영할 수 있는 구조는 글로벌에서도 보기 드물다.

이는 페이팔과 팍소스, 스트라이프와 써클(USDC)이 각각의 전문기관과 협력해 구축한 구조와 유사하지만, 카카오는 모든 요소를 내부 계열사로 자립시킬 수 있는 ‘국산형 올인원 모델’이라는 점에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블록체인 경험 축적…클레이튼에서 카이아까지

카카오는 2019년,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자체 가상자산 ‘클레이튼’을 발행한 바 있다. 이후 해당 프로젝트는 네이버 관계사 라인의 ‘핀시아’와 통합돼 ‘카이아(KAIA)’로 재편됐으며, 최근에는 테더(USDT)와 협력해 카이아 네트워크에 테더 발행을 지원하는 등 국제 협업도 확대 중이다.

현재도 카이아 거버넌스에는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 등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고 있어 블록체인 생태계에서의 영향력을 지속 유지하고 있다.

경쟁사도 가세…‘원화 스테이블코인’ 삼국지 예고

카카오 외에도 네이버와 토스 등도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빠르게 전개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손잡고 관련 협업을 모색 중이며, 토스는 빗썸과의 협력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카카오·네이버·토스 3강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카카오, 토큰경제의 주인공 될까

카카오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는 단순한 신사업 진출이 아니라, K-AI 경쟁 탈락 이후 새로운 기술금융 전략을 위한 전환점이자 그룹 전체의 패러다임 이동으로 해석된다.

모바일 플랫폼, 결제망, 수탁기관, 증권까지 그룹 차원의 연계성을 바탕으로 디지털 원화 생태계 구축에 도전장을 낸 카카오의 행보가, ‘K-토큰경제’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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