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빅테크와 가상자산거래소, 운명적 결합
네이버가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를 네이버파이낸셜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해 포괄적 주식 교환을 추진한다. 국내 1위 빅테크와 글로벌 4위 가상자산거래소가 손을 잡으면, 단순한 기업 합병을 넘어 한국 디지털 금융 지형이 크게 바뀔 전망이다.
이 결정은 하루아침에 나온 게 아니다. 2015년 금융업에 뛰어든 네이버는 은행업 대신 간편결제와 금융상품 비교 서비스에 집중했다. 그렇게 ‘네이버페이’라는 간편결제 강자를 키워냈지만, 금융 플랫폼 혁신은 여전히 반쪽짜리라는 지적이 뒤따랐다. 그 빈자리를 채울 ‘마지막 퍼즐’로 네이버가 주목한 것이 바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 네이버 생태계의 마지막 조각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나 달러 같은 법정화폐에 연동돼 가치 변동성이 적다. 최근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에서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급부상하면서 네이버는 일찌감치 두나무와 협력에 나섰다.
네이버파이낸셜의 연간 결제 규모는 80조 원, 업비트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150조 원에 달한다. 두 네트워크가 맞물리면 스테이블코인은 곧바로 실사용처를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카드 수수료 절감, 예치금 운용 수익, 해외 송금·대출 서비스 확장 등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수익원으로 자리 잡는다.
미래에셋증권은 “2030년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연간 3천억 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내다봤다.
두나무, ‘수수료 기업’에서 핀테크로
이번 결합은 네이버에게만 기회가 아니다. 두나무 역시 체질 개선을 노릴 수 있다. 현재 두나무 매출의 98%는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시장 변동성에 흔들리기 쉬운 구조다. 여기에 “코인으로 돈을 번다”는 부정적 시선은 사업 다각화에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네이버 플랫폼 안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이라는 실사용처가 확보되면서 수수료 의존 구조를 벗어날 수 있다. 지배구조가 투명해지고, AI·핀테크 스타트업 투자나 해외 진출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네이버의 야심, ‘슈퍼앱’ 완성
네이버는 검색, 쇼핑, 콘텐츠를 넘어 금융과 가상자산까지 아우르는 ‘슈퍼 플랫폼’을 꿈꾼다. 인공지능(AI), 쇼핑, 간편결제, 가상자산을 하나의 앱에서 구현하면 한국형 슈퍼앱 모델이 현실화된다. 이는 페이팔·스트라이프 같은 글로벌 핀테크 강자들과 맞설 수 있는 한국식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네이버는 일본·동남아에서 플랫폼 사업을 키워왔지만, 글로벌 금융에서는 뚜렷한 무기가 없었다. 두나무와의 결합은 그 약점을 보완하며 해외 결제·송금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규제라는 변수…관건은 금융당국
다만 넘어야 할 산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과정에서 은행 중심 허용 여부 등이 불확실하다. 특히 금융당국이 빅테크의 가상자산업 진출을 어떻게 평가할지가 향후 판도를 좌우한다.
만약 규제가 빅테크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면, 네이버-두나무 연합 전략은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반대로 제도권 안에서 길이 열리면, 이번 결합은 한국 디지털 금융의 역사적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K-핀테크의 글로벌 도전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한국 디지털 금융이 ‘은행 중심’ 구조에서 ‘플랫폼 중심’으로 옮겨가는 첫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네이버는 AI·쇼핑·결제·가상자산까지 품은 진정한 슈퍼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이다.
향후 1~2년 안에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형 핀테크 모델이 자리 잡을지, 아니면 규제 장벽에 가로막힐지가 판가름 날 것이다. 분명한 건 네이버-두나무의 결합이 단순한 M&A를 넘어, 한국 디지털 경제의 ‘게임 체인저’로 기록될 잠재력을 품고 있다는 점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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