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스테이블코인부터 글로벌 상장까지, 판을 흔드는 초대형 빅딜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합병을 선언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네이버 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합병을 선언했다. 이미지=챗GPT 생성

출발, 각자의 영역에서 거인이 된 두 기업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을 넘어 네이버페이를 앞세워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했다. 수천만 명이 일상적으로 네이버페이를 쓰며, 오프라인 결제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넓혀왔다.

두나무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글로벌 거래량 상위권에 올랐다. 지난 8월에는 자체 블록체인 메인넷 ‘기와체인’과 디지털 자산 지갑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다만 기와체인의 기술적 세부 구조와 운영 방식은 아직 제한적으로만 공개된 상태다.

각자의 영역에서 ‘최대 플레이어’였던 두 기업이 금융과 코인의 경계를 허물고 손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첫 신호, 스테이블코인 협력설

합병 논의의 불씨는 사실 원화 스테이블코인에서 시작됐다. 네이버는 네이버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 결제 인프라를 이미 확보했고, 두나무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기술력과 거래소 플랫폼을 갖췄다.

양사가 손을 잡는다면, 업비트에서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네이버페이 가맹망에서 곧바로 쓰이는 ‘코인 결제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 카드·은행 중심 결제 시장을 흔들 잠재력이 충분하다. 증권가에서는 이 구조가 2030년 기준 연 3,000억 원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격화, 주식교환 합병 시나리오

9월 들어 금융권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졌다.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주주에게 제공하고, 그 대가로 두나무 지분을 확보하는 구조다.

문제는 교환비율이다. 시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평가를 평균 1대3~4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합병 네이버파이낸셜 지분 약 2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서고, 네이버 지분은 기존 70%대에서 17% 안팎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 때문에 “합병이 현실화하면 네이버의 ‘송치형 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변수, 네이버의 반격 카드

네이버가 마냥 지배력을 내줄 가능성은 낮다.

첫 번째 카드가 유상증자다. 약 4~5조 원을 조달해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면 지분 희석을 방어할 수 있다.

두 번째 카드가 의결권 계약이다. 송치형 회장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더라도, 의결권 일부를 네이버에 넘긴다면 실질적 경영권은 네이버가 유지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합병 시나리오의 본질은 “누가 몇 %를 갖느냐”가 아니라 지분과 지배력의 줄다리기에 있다.

다음 무대, 글로벌 상장

합병 논의가 불거지자 시장은 곧장 해외 상장 시나리오로 눈을 돌렸다.

두나무 단독 상장은 20~25조 원으로 평가되지만, 네이버파이낸셜과 합병해 나스닥에 상장한다면 40~50조 원 규모의 공룡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국내 중복상장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나스닥은 유력한 선택지로 꼽힌다.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합병을 넘어, 한국 디지털 금융·가상자산 산업을 글로벌 무대로 올리는 분기점으로 해석된다.

확정은 없지만 이미 판은 흔들리고 있다

네이버는 공식적으로 “협의 중이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합병 시나리오가 흘러나온 순간부터 시장은 이미 반응했다. 네이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갔고, 두나무 비상장 주가도 급등했다.

이번 논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거버넌스 재편, 글로벌 상장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한국 금융산업의 미래를 다시 쓰고 있다. 조건과 시점이 어떻게 정리되든, 이 빅딜이 남길 파장은 이미 시작됐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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