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부터 글로벌 상장까지… 한국 디지털 경제의 새 질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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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두나무, 한국 IT의 ‘빅딜’

서울 테크업계의 관심이 다시 네이버와 두나무로 쏠렸다. 두 기업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한 협력을 공식화하면서, 검색·콘텐츠·결제·가상자산·AI까지 아우르는 ‘한국판 슈퍼앱’ 탄생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는 단순한 제휴가 아니라 AI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차세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네이버페이를 중심으로 국내 IT 시장의 ‘생활 플랫폼’을 완성했지만 글로벌 영향력은 한계가 있었다. 반면 두나무는 업비트를 기반으로 국내 가상자산 시장 1위를 지켜왔으나, 규제와 시장 구조 탓에 해외 확장이 더뎠다. 각자의 약점을 보완한 이번 결합은 한국 디지털 생태계가 글로벌 무대에 도전장을 던지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스테이블코인과 ‘기와체인’이 잇는 연결고리

이번 협력의 첫 신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두나무는 지난 8월 자사 블록체인 메인넷 ‘기와체인(GIWA Chain)’을 공개하며 스테이블코인 발행 가능성을 시사했다.

기와체인은 두나무가 자체 개발 중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빠른 거래 처리와 높은 보안성을 내세운다. 아직 세부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비트 생태계와 네이버의 결제망을 잇는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는다.

양사가 구축 중인 시나리오는 명확하다.

업비트에서 발행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네이버페이 가맹점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 → 블록체인 기반 실시간 정산 → 수수료 절감 및 거래 투명성 확보.

미래에셋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이런 구조가 본격 가동되면 2030년 연 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수익이 가능하며, 지급 수수료 절감 효과도 1,4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AI 융합 슈퍼앱, 글로벌 경쟁 무대 진입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블록체인’ 슈퍼앱 경쟁이 본격화됐다. 미국의 로빈후드(Robinhood)와 캐시앱(Cash App)은 금융과 크립토를 통합했고, 소파이(SoFi)와 볼트(Bolt)는 대출·결제·가상자산을 한데 묶은 올인원 플랫폼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네이버와 두나무는 여기에 AI를 중심축으로 세운 차별화 전략을 선택했다. 네이버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맞춤형 검색·추천 AI를, 두나무는 블록체인 데이터와 AI 분석 기술을 결합해 AI 기반 자산관리와 이상거래 탐지(AML/FDS) 시스템을 도입했다.

결합 후에는 AI가 사용자의 소비·투자 성향을 분석해 자동으로 금융상품을 추천하고, NFT 콘텐츠나 커뮤니티 활동과도 연동되는 ‘AI 융합형 슈퍼앱’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송치형 시대’와 네이버의 전략적 선택

합병 시나리오도 주목된다. 업계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주식교환 비율을 1대3~4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합병법인 지분 약 20%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부상할 수 있다.

다만 네이버는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유상증자 또는 의결권 계약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단순한 ‘지분 싸움’이 아니라, AI와 블록체인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대결이다.

글로벌 IPO와 한국판 로빈후드의 서막

네이버웹툰이 북미 상장을 추진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것처럼, 이번 협력 역시 장기적으로는 통합 슈퍼앱의 글로벌 IPO(기업공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현된다면 이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첫 번째 AI 기반 슈퍼앱 상장 사례가 될 전망이다.

두나무의 오경석 대표는 최근 UDC 2025에서 “AI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예측 비용을 낮추는 핵심 기술”이라며 “블록체인은 그 예측 결과를 신뢰로 검증하는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이 이번 네이버-두나무 협력에서 현실로 구현되는 셈이다.

한국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전환점

물론 규제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스테이블코인과 AI 결제 시스템은 금융당국의 허가가 필요하고,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풀어야 한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두나무의 비상장 주식은 거래가 활발하다.

결국 이번 결합은 단순한 기업 연합이 아니라 AI와 블록체인을 매개로 한 한국 디지털 질서의 재편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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