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와 네이버페이 결합…스테이블코인 기반 생활금융 생태계 본격 시동
이해진 의장의 전략적 결단, 흔들리는 검색·커머스를 넘어 금융 허브로

송치형 두나무 회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송치형, 합병 후 최대주주 가능성 현실화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 그룹의 사실상 최대주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재 이해진 네이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3.73%에 불과하다. 반면 송 회장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간 주식 교환을 통해 20%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이 지분은 네이버 주식으로 전환돼, 송 회장이 단숨에 이해진 의장을 넘어서는 주주 지위에 오르게 된다.

AI·커머스 위기와 금융 전환

네이버가 굳이 대주주 구도를 바꿔가며 송치형 리더십을 영입하려는 이유는 뚜렷하다. 26년간 국내 검색과 쇼핑 시장을 지배하던 네이버의 입지는 AI 기반 검색 혁신과 중국발 C커머스 공세로 흔들리고 있다.

이해진 의장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스테이블코인 기반 금융 혁신을 지목했고,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성공시킨 송치형 회장을 차세대 리더로 선택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니라, 네이버의 성장축 자체를 금융으로 재편하는 시도다.

네이버와 두나무 빅딜 무산 이후, 자회사 활용 전략으로

네이버와 두나무의 빅딜 논의는 몇 년 전부터 이어졌다. 이해진 의장은 송치형 회장과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에게 네이버와의 합병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두나무가 올해 초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를 받으며 규제 리스크가 불거졌고, 상장사인 네이버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무산됐다.

대안으로 선택된 방식이 바로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한 단계적 통합이다.

우선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주식을 교환하고, 송치형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지배주주로 올라선다. 이후 네이버파이낸셜과 네이버 본체 합병이 성사되면 송 회장은 이해진 의장을 넘어서는 지분율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직접 합병 대신 자회사를 경유하는 ‘우회 전략’으로, 주주와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송 회장의 지배력을 보장하는 설계다.

업비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연합뉴스
업비트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연합뉴스

금융 생태계의 재편, 업비트와 네이버페이 결합

합병의 핵심 가치는 두나무의 업비트 인프라와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포인트 시스템이 결합한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면 결제, 쇼핑, 콘텐츠 등 생활 전반에 적용될 수 있으며, 탈중앙화 금융(DeFi) 모델과 접목될 경우 포인트·상품권 같은 비활성 자산을 유동화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이는 네이버를 단순한 검색·커머스 기업이 아닌 디지털 금융 허브로 재탄생시키는 출발점이 된다.

최대 관문은 주주총회와 금융 당국의 규제 심사

합병 성사를 위해서는 주주총회 특별결의가 필요하다.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구되며, 국민연금(8.98%)과 블랙록(6.05%) 등 주요 기관투자가의 입장이 결정적이다.

또한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 제재 이력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심사 과정도 까다로울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와 리스크 관리 체계가 검증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배구조 실험과 금융 혁신의 교차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은 단순한 M&A가 아니라, 지배구조 전환과 금융 혁신을 동시에 겨냥한 실험이다. 이해진 의장은 최대주주 타이틀을 내려놓고 새로운 리더십을 받아들이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제 공은 송치형 회장에게 넘어갔다. 그가 네이버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는 순간, 네이버는 한국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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