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에 대항한 일론 머스크의 AI, 그록(Grok)을 만든 xAI의 속도전

xAI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xAI 로고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테슬라·스페이스X의 창업자, 이번엔 인공지능 시장 정조준

일론 머스크는 늘 새로운 영역을 ‘속도전’으로 장악해왔다. 전기차로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고, 민간 우주산업을 상업화했다. 그리고 2023년, 그는 “우주의 본질을 이해한다”는 모토로 인공지능 스타트업 엑스에이아이(xAI)를 설립했다.

당시 오픈AI와 앤트로픽이 경쟁을 주도하고 있었지만, 머스크는 “닫힌 AI는 위험하다”는 비판과 함께 ‘개방·실시간·추론’이라는 차별화를 내세웠다.

출범 2년 만인 2025년, xAI는 이미 정부 조달 계약까지 따내며, 메타·구글·오픈AI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테크 AI’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그록, 오픈웨이트에서 실시간 추론 모델로 진화

2024년 3월, xAI는 그록-1을 공개했다. 314B 파라미터 규모의 혼합전문가(MoE) 모델로, 아키텍처와 가중치를 통째로 풀어내며 개발자 생태계를 흔들었다. 이는 오픈에이아이의 폐쇄성과 정면으로 대비됐다.

같은 해 여름 출시된 그록-2는 추론 능력을 끌어올렸고, 2025년 초 등장한 그록-3는 ‘씽크 모델’이라 불리며, 단순 답변을 넘어 단계적 추론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2025년 7월, 그록-4가 공개됐다. X(구 트위터) 실시간 검색, 툴유즈, 코드 실행까지 기본 탑재하며, 사실상 ‘검색+AI’ 모델로 확장됐다. 비용 효율을 강조한 그록-4 패스트도 함께 출시돼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노렸다.

콜로서스, 122일 만에 완공된 슈퍼컴퓨터

모델을 뒷받침하는 건 초대형 인프라다. xAI는 테네시 멤피스에 콜로서스라는 슈퍼컴퓨터를 불과 122일 만에 세웠다. 15만 개 이상의 GPU가 연결된 이 시설은 세계 최대 규모로 꼽힌다.

머스크 특유의 ‘속도의 미학’이 반영됐지만, 지역 환경 논란도 뒤따랐다. 가스터빈 전력 사용, 용수 문제로 주민 반발이 일었고, 환경단체는 소송을 준비 중이다. 콜로서스는 엑스에이아이의 무기이자 동시에 리스크 요인이다.

콜로서스 사진=xAI
콜로서스 사진=xAI

오라클과 손잡고 엔터프라이즈 진입

2025년 6월, 엑스에이아이는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OCI)에 그록을 탑재했다. 오라클이 정부·기업 시장에서 강한 입지를 가진 만큼, 이번 제휴는 xAI의 B2B·공공시장 확대 전략의 핵심 거점이 됐다. 제로 데이터 리텐션(데이터 미보존) 정책을 내세우며 보안·거버넌스를 강조했다.

미국 연방조달청 계약...0.42달러의 상징

2025년 9월, xAI는 미국 연방조달청(GSA) 계약을 통해 연방기관에 그록-4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 기관당 월 0.42달러라는 파격적인 가격은 사실상 “시장 진입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실익보다 정부·공공 부문 진출이라는 정치적 신호에 더 무게가 실렸다. 다만 정확성·편향성 문제는 여전히 해결 과제로 남았다.

속도전의 대가...인재 이탈과 내부 피로

xAI는 초기부터 오픈AI, 구글, 애플 출신 연구자들을 고액 연봉으로 대거 영입했다. 그러나 2025년 들어 최고재무책임자 퇴사, 데이터 라벨링 인력 감축설이 잇따르며 조직 내 불안이 가시화됐다. ‘스파르타식 실행’ 문화가 성과를 만들었지만, 팀 협업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불안이 드러난다.

xAI 전략 요약

항목 내용
AI 모델

그록-1(오픈웨이트) → 그록-2(추론강화) → 그록-3(씽크 모델) → 그록-4(실시간 검색·툴유즈 통합)

서비스 엑스 구독 기반 챗봇, API·엔터프라이즈용 딥서치
인프라 멤피스 콜로서스 슈퍼컴, 122일 완공·15만 GPU
파트너 오라클 OCI 제휴, 정부·엔터프라이즈 교두보
공공 조달 미국 연방조달청 계약, 그록-4/그록-4 패스트 제공
인재 동향 고액 영입 이후 퇴사·조직 불안 가중
투자 2024년 60억 달러 시리즈B, 기업가치 240억 달러
리스크 정확성·편향성, 전력·환경 비용, 법무 리스크

속도는 입증, 신뢰가 관문

xAI는 18개월 만에 오픈웨이트 공개, 슈퍼컴퓨터 구축, 클라우드 제휴, 정부 조달 계약까지 ‘속도의 서사’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확성, 중립성, 총소유비용(TCO)이라는 본질적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머스크는 늘 “속도로 시장을 흔들었지만, 최종 승부는 신뢰에서 갈렸다.” 전기차도, 로켓도 그랬다. 이번엔 인공지능이다. xAI가 ‘빠르게 크게’에서 ‘지속 가능하게’로 전환할 수 있을지가, 머스크가 만든 또 하나의 플랫폼 성패를 가를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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