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향후 5년간 125조2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며 피지컬 AI·로보틱스·AI 데이터센터·전동화·수소 에너지 등 미래 제조기술 전반을 업그레이드하는 대전환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계획은 단순한 완성차 확장이 아니라, AI가 실제 기계·로봇·공장에서 움직이는 시대를 맞아 현대차가 자동차 기업에서 ‘피지컬 AI 기반 로봇·제조 기술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시대, 현대차의 125조 투자 전략이 향하는 지점

현대차그룹의 125조2000억원 투자 중 절반에 가까운 50조5000억원이 AI·로봇·SDV·수소 등 미래 신사업에 투입된다. 핵심은 AI가 실제 로봇과 기계를 제어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 로봇 완성품·파운드리 제조공장으로 이어지는 전주기 밸류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 구조가 갖춰지면 현대차는 로봇 개발·학습·검증·제조를 한 번에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제조형 AI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  사진=현대차그룹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구축…로봇·자율주행 학습의 ‘두뇌’를 만든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의 기술 협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행동 데이터를 학습할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이 데이터센터는 ▲차량 내 AI 시스템 ▲자율주행 판단 알고리즘 ▲스마트 팩토리 제조 로봇 ▲서비스·물류 로봇 등 방대한 연산 수요를 처리하는 핵심 인프라가 된다.

또한 현대차는 AI가 학습한 로봇 행동을 실제 환경에서 검증하는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를 설립해 로봇의 안전성·정확성을 산업 현장 투입 전에 검증하는 체계를 마련한다.

이는 제조 자동화와 로봇 활용 확산에 있어 ‘품질 기준’을 확보하는 단계로 평가된다.

로봇 완성품 제조·파운드리 공장…현대차, 로봇 제조기업으로 변신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고객 맞춤형 로봇 완성품 제조공장과 함께 중소기업 로봇 위탁생산(파운드리) 기능까지 갖춘 초대형 로봇 생산 허브를 구축한다.

이 투자는 ▲현대차 자체 로봇 생산 가능 ▲제조 역량이 없는 로봇 스타트업의 완성품 생산 지원 ▲국내 로봇 생태계의 제조 기반 확산이라는 세 가지 효과를 동시에 가져온다.

즉, 현대차는 자동차 제조에서 확보한 글로벌 생산 노하우를 로봇 산업으로 확장하며 ‘한국 로봇 산업의 생산 기반’을 직접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협력사 관세 전액 지원…5천개 넘는 중소기업까지 아우르는 초대형 상생 패키지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1차 협력사가 올해 부담한 대미 관세를 전액 지원하고, 2·3차 협력사 5000여 개까지 혜택을 확대한다. IRA·미국 관세 강화로 국내 부품업체 손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는 사실상 산업 생태계 전체를 지키기 위한 보호막으로 작용한다.

또한 현대차는 지역별 자동차 생산벨트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해 ▲울산 EV 전용공장(내년 준공)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2027 가동 목표) ▲화성 PBV 전용 EV 공장 등을 중심으로 국내 공장을 미래 모빌리티 글로벌 수출기지로 재정의했다.

자율주행 친환경 다목적 모빌리티 PBV 운행 상상도.  사진=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친환경 다목적 모빌리티 PBV 운행 상상도.  사진=현대차그룹

전동화·수소·PBV 생산 확대…‘모빌리티 제조의 글로벌 허브’로 재편

현대차그룹은 국내 모빌리티 생산의 핵심 축인 울산·화성·광명·아산·전주·대구·창원 등 전국 공장에 수십종의 신차 투입을 준비하며, 국내 생산을 단순 조립 단계를 넘어 SDV 기반 전동화·수소·PBV 생산 시스템으로 고도화한다.

특히 전기차는 2024년 수출 69만대→ 2030년 목표 176만대(2.5배)로 확대해 글로벌 생산·수출 허브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대차의 125조,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축을 만든다

삼성과 SK가 AI 반도체·데이터센터 기반의 디지털 인프라 전쟁에 뛰어들었다면, 현대차는 피지컬 AI·로봇·자율제조·전동화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AI 산업’을 구축하려 한다.

삼성이 반도체·패키지·공조·클라우드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AI 인프라 구축을, SK가 HBM·AI 데이터센터·소부장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내세웠다면, 현대차는 피지컬 AI·로봇·전동화 기반 제조혁신 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즉, 현대차는 AI가 움직이고, 만들고, 운전하는 시대를 직접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대규모 국내 투자를 통해 미래 기술 확보와 산업 생태계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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