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2028년까지 국내에 12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삼성의 450조 베팅에 이어 한국 산업 전환의 ‘두 번째 엔진’이 가동됐다. 특히 SK는 이번 발표에서 반도체 팹 4기 구축, 국내 AI 데이터센터 확장, 소부장 생태계 개방 플랫폼 조성 등 국내 빅테크 중 가장 공격적인 ‘AI 제조·인프라 결합형 전략’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예상 투자비가 계속 증가해 60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히며 AI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시대에 대비한 대규모 공급 능력 확보에 나섰다. SK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증설이 아닌 전국적 고용 확대와 산업 생태계 재편을 동반하는 전략적 투자로 분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600조로 커지는 ‘AI 메모리 초공장’

SK의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당초 128조원 규모였으나 HBM·고성능 공정 설비 증가로 총 투자비가 최대 600조원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는 이곳에 HBM 특화 팹 4기를 구축하며, 글로벌 AI 서버·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초대형 메모리 생산기지를 조성한다.

HBM 시장은 ▲엔비디아·AMD·인텔 서버 GPU ▲생성형 AI 모델 연산기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서 수요가 폭발하는 분야로, SK하이닉스는 HBM3E와 HBM4 개발에서 경쟁사 대비 기술적 우위 평가를 받으며 삼성전자와 ‘AI 메모리 양강 구도’를 이루는 상황이다.

삼성은 ‘전주기 전략(반도체~데이터센터~공조~패키지)’을 확장하는 반면, SK는 메모리 특화·HBM 집중형 투자로 ‘초격차 단일축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팹 1기당 최대 2만명…AI 반도체 공장이 가져올 ‘고용 폭발’

SK 측은 반도체 팹 1기당 직접·간접 고용 효과가 1.4만~2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팹 한 기만 열어도 운영·유지보수·설비기술·소부장 협력업체 등에서 대량 고용이 필요한 데다, AI형 공정은 기존 팹보다 인력 수요가 더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SK그룹 연간 채용은 현재 8천 명대에서 향후 1만4천~2만 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용인, 청주, 이천 등 지방 거점 도시 중심 반도체 벨트가 조성되어, ‘지역경제 효과’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인 AI 인력 생태계 확대와도 긴밀히 맞물린다.

HBM 중심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가 이번에도 메모리 특화·HBM 집중형 투자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HBM 중심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가 이번에도 메모리 특화·HBM 집중형 투자 전략을 들고 나왔다.  사진=SK하이닉스 제공

트리니티 팹…소부장·스타트업·학계를 위한 ‘개방형 R&D 제조 플랫폼’

SK하이닉스는 정부와 함께 8,600억 규모의 ‘트리니티 팹(Trinity Fab)’을 구축 중이다.

이는 단순 내부용 팹이 아니라 ▲소부장 업체 ▲스타트업 ▲연구기관 ▲대학 등이 실제 반도체 제조 환경에서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비영리 개방형 미니 팹이다.

그동안 국내 소부장 기업은 해외 고객사 라인에서 검증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트리니티 팹은 “국내에서 테스트–개발–양산 연결”을 가능케 하는 국가 R&D 인프라로 장기적으로는 한국형 반도체 생태계 자립의 중요한 축이 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이 평택에 구축한 대규모 제조·패키징 생태계와 대비되는, ‘개방형 플랫폼 기반’ 반도체 전략으로 SK만의 차별점을 보여준다.

SK하이닉스 HBM4.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 HBM4.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울산 AI 데이터센터…SKT·AWS·BTV가 만든 한국판 ‘하이퍼스케일 삼각동맹’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협력해 울산에 100MW급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를 건설 중이다. 2027년 가동 예정으로, 이는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아울러 SK는 오픈AI와도 별도 협력을 논의, 서남권 AI 데이터센터 추가 구축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삼성이 전남에서 ‘GPU 1.5만 장’ 공급형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과 대조적으로, SK는 ▲글로벌 클라우드(AWS) ▲생성형 AI 기업(OpenAI) ▲통신·네트워크(SK텔레콤)를 묶는 컨소시엄형 AI 인프라 전략을 추구한다.

자체 생산·제조 중심의 하드웨어 집약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삼성과는 달리, SK는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네트워크형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SK의 128조 투자, 한국 산업의 두 번째 축을 완성한다

삼성이 ‘전주기 전략’으로 한국 제조업의 전체 가치사슬을 재편한다면, SK는 HBM 중심 반도체 초공장 + 데이터센터 + 개방형 R&D 생태계라는 독자 전략으로 한국 산업의 또 다른 축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SK는 ▲반도체 생산(SKH) ▲소부장 플랫폼(트리니티 팹) ▲AI 데이터센터(SK텔레콤·AWS·OpenAI)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 “메모리 기반의 AI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번 SK의 128조 투자는 단순 증설이 아니라 “한국이 강점을 가진 AI 메모리 분야의 세계 1등 지위를 공고히 하고, 뒤처진 AI 인프라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려는 전략적 투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와 삼성의 초대형 투자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며, 한국은 2025~2035년 AI 산업화에서 전례 없는 국가 경쟁력 상승 구간에 들어가고 있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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