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철벽 생태계의 ‘벽’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구글이 신형 스마트폰 ‘픽셀 10’ 시리즈를 공개하면서, 아이폰의 대표 기능인 에어드롭(AirDrop)과 직접 호환되는 파일 전송 기능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애플 동의 없이 구글이 독자적으로 구현한 기술로, 안드로이드와 iOS 간의 사진·영상 초고속 공유가 스마트폰 기본 기능만으로 가능해진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셀 10 시리즈 퀵 쉐어는 에어드롭과 연동돼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폰 간의 파일 전송이 간편해졌다.  사진=구글
셀 10 시리즈 퀵 쉐어는 에어드롭과 연동돼 안드로이드 폰과 아이폰 간의 파일 전송이 간편해졌다.  사진=구글

■ 에어드롭은 애플 전용…10년 넘게 이어진 ‘벽’

에어드롭은 애플 생태계의 핵심 기능으로, 아이폰·아이패드·맥 간에 블루투스·와이파이 다이렉트를 결합해 빠른 속도로 파일을 주고받는다.

안드로이드도 비슷한 기능인 ‘퀵 셰어(Quick Share)’를 운영해 왔지만, 두 시스템 간 직접 전송은 불가능해 오랫동안 사용자 불편의 대표 사례로 꼽혀 왔다.

EU는 여러 차례 애플에 “외부 기기에도 에어드롭을 개방하라”고 권고했지만, 애플은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거부해 왔다.

■ 구글 “그냥 되게 만들었다”…픽셀 10에서 첫 적용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은 픽셀 10 발표와 함께 에어드롭 신호를 인식하고 연동할 수 있는 자체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픽셀 10에서만 지원되지만, 향후 더 많은 안드로이드 기기에 확대할 계획이다.

구글 측은 이 기능이 “편법이나 서버 우회 방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단말기끼리 직접 연결(P2P) 하는 구조라 데이터가 서버로 올라가지 않는다. 기록이나 개인정보 수집도 없다.”고 밝혔다.

즉, 기존 에어드롭과 동일한 방식으로 빠른 속도·높은 안정성을 그대로 유지하며 기기 간 장벽만 제거한 셈이다.

■ 사용자 편의 vs 애플 생태계 철학…애플의 선택은?

이번 조치는 업계에서 ‘RCS(차세대 문자 규격)’ 확산 때와 비슷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진다.

구글 대변인은 “가족, 친구들과 무엇을 공유하든 기기 종류는 중요하지 않다”며 “공유는 그냥 돼야 한다(just work)”고 말해, 사실상 애플 생태계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다.

반면 애플은 아직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구글이 다소 ‘기습적’으로 생태계 개방을 시도한 만큼, 애플이 이를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사용자 편의성 향상 차원의 ‘제한적 수용’을 택할지, 아니면 자사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기술적 차단에 나설지 에 주목하고 있다.

■ 안드로이드-아이폰 간 파일 공유, 드디어 ‘일상화’될까

픽셀 10에서 시작된 이번 변화는 양대 스마트폰 생태계의 벽을 낮추는 첫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메신저 RCS 표준화에 이어, 근거리 파일 공유 기능까지 두 운영체제 간 상호 운용성이 확대되면 모바일 환경의 기본 규칙 자체가 다시 작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삼성 갤럭시 점유율이 높은 한국 시장에서는 체감 변화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가족·직장·동호회 등 대부분의 소셜 그룹에서 갤럭시와 아이폰이 섞여 있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서로 다른 기종을 쓰는 사람들끼리 사진이나 영상을 주고받을 때 화질 저하를 피하기 어려웠고, 카톡으로 보내면 화질이 저하되는 불편이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간에 기본 기능만으로 고화질 파일을 바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되면, 이런 구조적 불편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플랫폼 차이로 인해 사용자 경험이 제한받지 않는, 한국 사용자들에게는 체감도가 높은 변화의 시작점이 되는 셈이다.

테크인싸 칼럼니스트  tlswnq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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