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추론·에이전트까지 재편하는 구글의 ‘AI 역전 시나리오’

구글이 11월 18일(현지시간)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 3(Gemini 3)을 전격 공개하며 AI 경쟁 구도의 흐름을 다시 흔들기 시작했다.

이번 발표는 단순한 모델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구글 검색·앱·개발자 툴·에이전트 플랫폼까지 전면 재편하는 전략 전환이며, 구글이 다시 한 번 AI 주도권 회복을 노리는 중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제미나이 3 로고  이미지=이하 구글 제공
제미나이 3 로고  이미지=이하 구글 제공

챗GPT 쇼크 이후 2년, 구글의 ‘추격 서사’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2년 말 챗GPT가 시장을 뒤흔들었을 때,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기업은 단연 구글이었다. “검색은 끝났다”는 비관론이 나왔고, 구글은 첫 제미나이 모델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지만, 초반의 평가는 기대에 못 미쳤다.

그 후 2년간 구글은 전략을 완전히 바꿨다.

단일 챗봇 경쟁 대신 검색, 유튜브, 지메일, 워크스페이스, 안드로이드까지 전체 생태계에 AI를 결합하는 풀 스택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전략은 서서히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검색 요약 기능인 AI 오버뷰(AI Overviews)는 월 20억 명이 사용하며, 제미나이 앱도 월간 활성(MAU) 6억 5천만 명을 넘겼다. 이는 구글이 AI 생태계에서 다시 반등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AI 오버뷰가 잘못된 정보를 제시하고 스캠 링크로 연결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구글의 AI는 정말 안전한가”라는 의구심도 함께 커졌기 때문이다.

그런 배경 속에서 등장한 것이 제미나이 3이다. 제미나이 3의 공개는 당초 올해 말 혹은 빠르면 11월 22일라고 예상되었다. 하지만 이런 예상을 깨고 11월 18일(현지시간) 기습적으로 전격 공개됐다. 

그리고 구글은 역사상 가장 똑똑하고, 가장 깊은 추론 능력을 갖춘 모델을 출시 첫날부터 검색에 바로 적용했다. 구글이 초강수를 들고 온 것이다. 

왜 이렇게 빠르게 공개됐나...구글을 움직인 세 가지 압력

이번 제미나이 3 공개는 최소 2~4주 앞당겨졌다.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오픈AI, 앤스로픽의 추론 모델 경쟁

오픈AI의 차세대 GPT, 앤스로픽의 Claude 4.2가 잇따라 고도화되면서, 구글은 단순한 ‘대응’이 아니라 ‘판을 다시 짜는 수준’의 발표가 필요했다.

제미나이 3은 이런 맥락 속에서 추론·코딩·멀티모달·에이전트 성능을 전면 강화한 모델이다.

▲예측 시장, 커뮤니티 유출로 인한 조기 공개 압박

최근 X, 디스코드에서 제미나이 3 테스트 화면이 잇따라 포착됐고, 폴리마켓(Polymarket)에서는 11월 22일 공개 확률이 60% 이상으로 점쳐지며, 출시 날짜가 이미 ‘시장에 소문난 일정’이 되어버렸다.

구글 입장에서는 정보를 통제하느니 선제 공개로 주도권을 확보하는 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 AI 유료 구독과 생태계 전략 가속 필요

구글은 현재 AI 프로·울트라 구독제, 검색 AI 모드, 워크스페이스 AI, 개발자 툴을 모두 하나의 묶음 생태계로 재편 중이다. 제미나이 3은 이 구독 전략의 중심축에 있는 모델이기 때문에, 조기 공개를 통해 AI 구독 생태계에 불을 붙일 필요가 있었다.

구글 검색(Search)의 AI 모드에도 제미나이 3이 적용되어, 몰입형 시각 레이아웃, 대화형 도구, 시뮬레이션 같은 새로운 '생성형 UI'(generative UI)를 제공한다. 
구글 검색(Search)의 AI 모드에도 제미나이 3이 적용되어, 몰입형 시각 레이아웃, 대화형 도구, 시뮬레이션 같은 새로운 '생성형 UI'(generative UI)를 제공한다. 

검색이 ‘앱’이 되는 순간...생성형 UI가 보여주는 미래

제미나이 3은 검색 경험 자체를 바꾼다.

구글 검색의 AI 모드는 질문을 분석해 최적의 시각 레이아웃·시뮬레이션·대화형 툴을 즉석에서 생성한다.

예를 들어, 삼체 문제(three-body problem)처럼 그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를 이해하고 싶다면 실시간 물리 시뮬레이션이 생성되고, 주택담보대출 비교를 검색하면 맞춤형 대출 계산기가 즉석에서 만들어져 바로 비교할 수 있다.

이 기능은 고정형 위젯을 불러오는 방식이 아니라, 제미나이 3이 필요한 도구를 직접 코드로 생성하는 방식이다.

검색이 “링크 목록”을 넘어서 즉석 앱 생성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셈이다.

제미나이 3은 왜 ‘에이전트 시대의 엔진’으로 불리나 

제미나이 3은 단순한 언어 모델을 넘어 실행형 에이전트의 기반 모델이다.

구글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 ‘Google Antigravity’도 공개했다.

여기서 개발자는 제미나이 3, 컴퓨터 제어 모델, 나노 바나나 이미지 모델을 조합해 브라우저, 터미널, 에디터에 직접 접근하는 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다.

장기 계획 능력도 눈여겨볼 만하다.

가상의 비즈니스를 연속 1년간 운영하는 Vending-Bench 2에서 경쟁 모델보다 더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기록하며 “장기 의사결정형 에이전트”에 적합한 성능을 보여줬다.

제미나이 3 프로는 장기 계획(long-horizon planning)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다른 프런티어 모델 대비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제미나이 3 프로는 장기 계획(long-horizon planning)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해 다른 프런티어 모델 대비 높은 수익을 달성했다.

한국 사용자가 봐야 할 핵심 인사이트...SEO·업무자동화·개발 생태계의 급변

한국 사용자와 기업이 미리 준비해야 할 포인트는 명확하다.

▲SEO 전략의 재설계 GEO의 본격적인 등장

AI 오버뷰 + 제미나이 검색 조합에서 중요한 것은 정확성·전문성·구조화된 데이터·출처 신뢰도다. 단순 키워드 SEO는 점점 힘을 잃고, AI가 인용·추천할 수 있는 GEO가 중요해진다.

▲업무용 에이전트 도입 가속

메일 정리, 예약, 리포트 요약, 코드 리팩토링 같은 반복성 업무는 제미나이 3 기반 에이전트가 빠르게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개발자, 스타트업에게는 새로운 기회

안티그래비티와 AI 스튜디오를 활용하면 작은 팀도 고급 에이전트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제미나이 3 공개, AI 경쟁의 2막이 시작의 신호

제미나이 3 공개는 ▲구글 검색의 진화 ▲추론 중심 모델의 부상 ▲에이전트 생태계의 출발 ▲AI 구독 중심 비즈니스 모델이 본격적인 경쟁을 시작한다는 신호탄이다. 

2023년 챗GPT가 AI 경쟁 1막을 열었다면, 제미나이 3 공개는 AI가 ‘생각하고 실행하는 시대’, 2막의 시작을 선언한 셈이다.

이제 “누가 검색, 업무, 비즈니스 자동화를 가장 빨리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구글은 이미 출발했다. 늦었지만, 오늘이 가장 빠른 날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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