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if(kakao)25 개최…피드형 UI·숏폼·오픈AI 협업 공개 예정
이용자 편의인가 기업 수익 극대화 전략인가…메신저 본질 흐려질 우려도

메신저를 넘는 카카오톡, 이번에는 피드와 숏폼

카카오는 오는 9월 23일부터 3일간 개발자 행사 if(kakao)25를 열고, 자사 핵심 플랫폼인 카카오톡의 대대적 개편 방향을 공개할 예정이다. 친구 목록이 피드 형태로 바뀌고, 대화방 내에서 숏폼(짧은 영상)을 즉시 공유·시청하는 기능이 탑재된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단순한 서비스 개선이 아니라, 카카오톡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드는 리브랜딩 시도라는 점에서 이용자들과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메신저가 점점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개인의 커뮤니케이션 공간이 기업의 광고 및 추천 알고리즘에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친구 탭’의 피드화, 관계 중심인가 콘텐츠 노출 강화인가

카카오 측은 친구 탭을 피드 형태로 전환하는 이유에 대해 "관계 기반의 콘텐츠 소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친구 목록이 콘텐츠 큐레이션의 수단이 되고, 사용자 관심도에 따라 노출되는 알고리즘 구조로 이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카카오의 광고 수익 구조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메신저라는 일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광고형 소셜 피드’로 포지셔닝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와 정보 피로도 증가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방 속 숏폼, 사용자 경험인가 체류 시간 전략인가

숏폼 콘텐츠를 채팅방 안에서 바로 소비할 수 있게 한다는 기능은, 겉보기에는 편리함을 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메신저 내 ‘틈새 시간’을 상업적 콘텐츠 소비로 바꾸는 구조라는 점에서 비판이 있다.

이용자들은 현재도 단톡방 알림 과잉과 콘텐츠 노출에 피로감을 호소하는데, 여기에 영상 콘텐츠까지 실시간으로 유입된다면 메신저의 본질인 ‘대화의 집중성’은 더 흐려질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숏폼은 인스타그램 릴스·틱톡 등 경쟁 플랫폼의 포맷을 거의 그대로 차용한 형태로, 콘텐츠의 차별성이나 생태계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는 점도 한계다.

오픈AI 협업 공개, 기술 선도인가 추종적 통합인가

이번 행사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카카오와 오픈AI의 협업 결과물이다. 카카오는 챗GPT 기술을 자사 서비스에 통합해 요약, 생성, 추천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지만, 이는 다수 플랫폼이 이미 시도한 전형적인 생성AI 적용 방식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즉, AI의 실효성과 혁신보다는 ‘챗GPT를 넣었다’는 외형적 경쟁에 초점을 맞춘 발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한 카카오가 제휴한 GPT 모델이 실제로 얼마나 한국어와 메신저 상황에 맞게 최적화되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공개될 경우, 기술 신뢰도 논란도 뒤따를 수 있다.

LLM 경쟁의 또 하나의 이름, ‘카나나’…성과 공개는 얼마나 투명할까

카카오는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 브랜드인 ‘Kanana(카나나)’ 모델 패밀리도 공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외 기술 기업들이 앞다투어 자체 AI 모델을 출시하는 상황에서, 카나나가 실제 언어 이해 능력과 비용 효율성,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 있는 수준인지에 대한 설명과 검증 지표가 병행되지 않는다면, 신뢰 확보는 어려울 수 있다.

이번 발표가 기술적 검증보다 ‘보여주기식 데모’에 머문다면, 카카오는 AI 기업으로서의 정체성보다 플랫폼 PR 중심 기업이라는 기존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메신저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남는 건 플랫폼 피로감

카카오톡은 13년 전 출시 이후, 한국인의 일상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카카오의 확장 전략은 '메신저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라기보다는 '메신저에 모든 것을 얹는 것'에 가까워졌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대화, 광고, 콘텐츠, 뉴스, 쇼핑, AI 기능이 한 화면에 몰입된 ‘올인원 앱’의 과잉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특히 플랫폼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개편이 혁신이 아닌 과잉의 반복으로 비칠 경우, 카카오톡의 브랜드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은 진화했지만, ‘이용자 경험’은 진보했는가

카카오의 이번 행사는 단순한 기술 쇼케이스가 아니라,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향성 검증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진보만큼 중요한 건, 그것이 사용자에게 진짜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기존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지에 대한 점검이다.

플랫폼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신뢰 위에 서야 한다. 카카오가 이번 행사에서 보여줄 ‘진화’가 그 신뢰를 더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의심을 낳을지는 23일 이후가 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신주백 기자  jbshin@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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