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에 일상, 대화방엔 GPT… 카카오톡이 달라진다

카카오톡에 챗GPT가 탑재된다.  이미지=챗GPT 생성
카카오톡에 챗GPT가 탑재된다.  이미지=챗GPT 생성

카카오톡, 변화를 선언하다

한때 ‘국민 메신저’였던 카카오톡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한다. 오는 23일 열리는 카카오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if(kakao) 25에서, 카카오는 오픈AI와 손잡고 챗GPT를 탑재한 AI 전략과 함께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안을 발표한다.

단순한 대화 앱에서 AI 중심 ‘슈퍼앱’으로의 도약. 이 야심 찬 선언은 단지 기능 추가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포화된 플랫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카카오의 다음 승부수인 셈이다.

대화방에 들어온 GPT… ‘검색’에서 ‘도우미’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챗GPT가 탑재된다는 점이다. 친구와 대화 중 궁금한 내용을 샵(#) 검색하듯 물어보면, GPT가 바로 답을 해준다.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 대화 속에서 AI의 요약·추천 기능까지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다.

지난달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하루에도 수십 번 접속하는 핵심 지면에서 GPT와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한 바로 그 기능이다.

또한 챗GPT와 카카오의 생활형 서비스가 결합된 AI 에이전트도 함께 등장한다. 선물하기, 주문하기, 지도, 캘린더뿐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과도 연동되어, ‘챗–추천–주문–결제’가 한 앱 안에서 이뤄지는 AI 일상비서로 발전할 전망이다.

친구 탭, 이제는 SNS 피드다

두 번째 변화는 카카오톡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친구 탭의 SNS화다. 이제 친구 목록은 이름순이 아니라 게시물 업데이트 순으로 바뀌고, 친구의 일상·생일·단체방 미디어 등이 피드 형태로 재구성된다.

사실상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처럼 관계 기반의 콘텐츠 소비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카카오톡이 메신저에서 소셜 미디어로 변신을 꾀하는 중요한 흐름이다.

'카나나'는 다른 길로… 소셜 모임 플랫폼으로 독립?

이 과정에서 눈여겨볼 포인트는 AI 기반 소셜 실험작 ‘카나나’의 향방이다. 올해 베타 출시됐던 카나나는 본래 카카오톡 안에서의 소셜 기능 강화를 목표로 했다.

하지만 이번 개편 이후, 카카오는 카나나를 카카오톡과 분리해 소셜 모임 특화 플랫폼으로 방향을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네이버 밴드와 유사한 ‘오프라인 중심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진화할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진짜 목표는 ‘AI 슈퍼앱’이다

이 모든 개편의 궁극적 목표는 단 하나다. 카카오톡을 ‘AI 슈퍼앱’으로 만들겠다는 것.

슈퍼앱이란, 하나의 앱 안에서 메시징, 쇼핑, 금융, 모빌리티, 콘텐츠 소비까지 모두 가능한 통합 플랫폼을 뜻한다. 대화 중 맛집을 추천받고, 지도를 검색해 길을 찾고, 택시를 호출하고, 결제까지 이어지는 그 전 과정이 한 앱에서 끊김 없이 이뤄지는 세계다.

이런 전략은 단순한 체류 시간 증가를 넘어서, 생활 전반을 AI가 매끄럽게 연결해주는 사용자 경험을 추구한다. 메신저의 진화를 넘어 ‘모든 일상의 디폴트 앱’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남은 숙제는 신뢰와 차별화

하지만 카카오의 슈퍼앱 전략이 마냥 순탄할 것만은 아니다.

첫째,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는 자체 언어모델을, 메타는 AI 아바타를, 구글은 검색과 지메일, 유튜브에 AI를 얹고 있다. ‘GPT 탑재’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렵다.

둘째, 프라이버시 문제다. 챗GPT와의 연동은 필연적으로 대화 데이터 활용 문제를 동반한다. 이용자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투명한 정보 처리와 강력한 보안이 필요하다.

셋째, 사용자 피로감이다. 기능이 늘어날수록 복잡해지고, ‘무엇을 어디서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반복되면 슈퍼앱은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 있다.

카카오톡, 다시 ‘국민 앱’이 될 수 있을까?

카카오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한때 전 국민의 기본 앱이었던 카카오톡은 그간 정체를 겪었고, 글로벌 진출도 주춤했다.

이번 if(kakao) 25에서의 발표는 단순한 업데이트가 아니라 플랫폼으로서의 존재감 회복을 위한 선언에 가깝다. GPT를 품은 AI 전략, 피드 중심의 소셜 개편, 그리고 슈퍼앱이라는 거대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카카오톡은 다시 한번 한국형 디지털 플랫폼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하나다. 기술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진짜 도움이 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것. 내일이면 if(kakao) 25에서 직접 가능할 것이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