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AI 기업을 찾아서, 11편 에이로봇
대한민국 대표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에이로봇

AI의 두뇌가 생성형 모델이라면, 그 몸체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전 세계가 생성형 AI 이후의 패권 기술로 ‘인간형 로봇’을 점찍은 가운데, 국내 스타트업 에이로봇이 고군분투하며 독자 생존의 길을 개척하고 있다.

에이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사진=에이로봇
에이로봇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사진=에이로봇

2025년 7월 13일, 에이로봇은 약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는 2024년 말 35억 원 시드 투자 이후 약 1년 만에 달성한 성과로, 누적 투자액은 135억 원에 달한다.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가 주도하고 한국산업은행,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등 신규 투자사가 합류했다.

2025년 5월, 에이로봇은 엔비디아가 주최한 GTC 2025 '이노벡스' 행사에서 엔비디아 어워드와 오키나와 이노베이션 어워드를 동시 수상했다. 특히 엔비디아로부터 직접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르며, 글로벌 기술 생태계의 중심 무대에 본격 진입한 것이다.

‘앨리스 4세대’로 테슬라 옵티머스 3세대에 도전장

에이로봇은 한양대 ERICA캠퍼스 한재권 교수 연구실 ‘히어로즈’에서 스핀오프된 기업이다. 대표 엄윤설, CTO 한재권. 부부가 이끄는 이 회사는 2018년 설립 이후 줄곧 인간형 로봇 개발에 집중해왔다. 이들은 하나의 로봇으로 인간 노동을 대체한다는 의미에서 사명을 ‘Aei Robot’이라 지었다.

에이로봇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사진=에이로봇 제공
에이로봇의 이족 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앨리스' 사진=에이로봇 제공

대표 제품은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앨리스(ALICE)’. 로보컵 휴머노이드 리그에서 2년 연속 준우승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년 말 4세대 모델 ‘앨리스4’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목표는 단순하다. ‘테슬라 옵티머스 3세대에 뒤지지 않는 완성도’다.

앨리스는 전신 제어, 내비게이션, 비전 인식,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한 국산 기술 집약체다. 특히 자사 개발 3세대 리니어 액추에이터로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을 동시에 구현했다.

로봇의 몸, GPU로는 부족하다

에이로봇은 ‘로봇용 AI’는 다르다고 말한다. 생성형 AI는 고성능 GPU 기반이지만, 이는 로봇에 그대로 이식할 수 없다. 배터리 효율, 전력소모, 임베디드 환경 등 현실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에이로봇은 GPU 대신 경량화된 온디바이스 AI 아키텍처를 자체 개발 중이다. 이는 전통적 AI 스타트업과 구분되는 핵심 경쟁력이다. AI + Robotics의 진정한 융합이 이뤄지는 지점에서, 에이로봇은 하드웨어를 설계하는 동시에 인공지능을 ‘움직이는 존재(Physical AI)’로 구현한다.

엔비디아가 주목한 ‘Aei’

에이로봇은 엔비디아 인셉션 프로그램 선정 기업으로, 2025 GTC 현장에서 직접 앨리스 실물 시연을 펼쳤다. 관람객과 주사위 게임을 하고, 이긴 관람객에게 생수를 건네는 퍼포먼스는 기술과 인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증명했다.

그 결과, 엔비디아 본사 투자팀과의 일대일 미팅 기회, 2026년 GTC 우선 참가 추천, 글로벌 VC 매칭, 일본 오키나와 및 도쿄 전시 지원 등 글로벌 스케일업 인프라가 열렸다.

에이로봇은 ‘이노벡스(Innovex) 2025’에서 ‘엔비디아 상(NVIDIA Award)’과 ‘오키나와 혁신상(Okinawa Innovation Award)’을 각각 수상했다. 
에이로봇은 ‘이노벡스(Innovex) 2025’에서 ‘엔비디아 상(NVIDIA Award)’과 ‘오키나와 혁신상(Okinawa Innovation Award)’을 각각 수상했다. 

유니트리 가격 공세, 한국형 휴머노이드의 방어선

테슬라와 피규어(Figure AI)가 고성능을 무기로 한다면, 중국 유니트리는 가격 경쟁력으로 치고 들어온다. 유니트리 G1의 판매가는 한화 약 2천만 원. 에이로봇은 이 시장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자체 목표가를 5천만 원 수준으로 설정했다.

“중국이 무서운 건 기술보다도 정책 일관성과 자본의 장기 전략 때문”이라는 엄 대표의 말처럼, 에이로봇은 2026년 안산 제조현장 POC를 통해 B2B 검증을 마친 뒤, 2028년 B2C 시장 진입을 겨냥하고 있다.

“휴머노이드는 스마트폰을 넘는 개인 기기”

에이로봇의 비전은 단순하다. “모든 가정에 한 대씩”이다. 이를 위해 연구소에 자체 3D 프린팅 설비를 갖추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원스톱으로 개발 중이며, 연구인력 24명이 이족보행 로봇에만 매진하고 있다.

한재권 CTO는 말한다. “스마트폰이 개인 디지털 기기였다면, 휴머노이드는 그 다음입니다.” 단기 수익이 아닌, 기술 주권 확보를 위한 10년 내다보기 전략이 에이로봇의 생존 키워드다.

[수치 분석] 에이로봇

창업연도: 2018년

누적 투자액: 135억 원 (시드 35억, 시리즈A 100억)

주요 투자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한국산업은행,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등

직원 수: 12명 (+한양대 연구진 포함 24명)

제품군: 앨리스(ALICE), 에이미(AMY), 에디(EDIE), 제미나이(Gemini), ABLE 등

목표 일정: 2025년 앨리스 4세대 출시 → 2026년 제조현장 POC → 2028년 B2C 시장 진입 및 판도 결정 예상

한국형 휴머노이드, 시작은 작지만 의미는 크다

에이로봇은 거대한 다국적 자본과 기술이 지배하는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로봇의 몸까지 국산화’를 꿈꾸는 기업이다.

엔비디아 의존도를 벗어난 AI 칩을 설계하는 퓨리오사AI가 AI의 뇌를 잡고 있다면, 에이로봇은 인간형 AI의 몸을 구현하는 실험대에 올라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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