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AI 기업을 찾아서, 2편 리벨리온
4개의 칩을 통합 운용하는 리벨-쿼드로 승부수
AI 패권 시대, 반도체는 ‘무기’다. CPU와 GPU, NPU를 넘어 AI에 특화된 SoC(시스템온칩)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AI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Rebellions)이 새로운 승부수를 띄웠다. 바로 ‘리벨(REBEL)’이라는 이름의 차세대 AI 칩이다.
리벨은 삼성전자의 4nm 공정과 최신 HBM3e 메모리(144GB)를 탑재한 고성능 AI칩으로, 2024년 하반기 테이프아웃을 목표로 개발되었고 현재(2025년 2분기) 최종 검증 단계에 있다.
당초 리벨리온은 단일 HBM3e 기반 ‘리벨 싱글(Single)’ 모델을 먼저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내부 평가를 통해 ‘리벨 쿼드(Quad)’ 모델의 성능이 경쟁사 대비 우수하다고 판단, 싱글 모델을 생략하고 곧바로 쿼드 모델 양산에 돌입하기로 전략을 수정했다.
2025년 하반기 양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고성능 LLM 추론 환경에 특화된 이 칩은 국내는 물론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수요까지 겨냥하고 있다.
리벨리온의 눈부신 성과… 스타트업에서 유니콘까지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를 필두로 한 AI 반도체 전문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설립 5년을 채우기 전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일궈냈다. 2020년 설립 후, 불과 3년 만에 AI 추론용 SoC ‘아톰(ATOM)’, 대형 LLM 가속용 차세대 칩 ‘리벨(REBEL)’, 그리고 고빈도 금융 연산용 첫 제품 ‘아이온(ION)’을 잇따라 개발하며 기술 저력을 입증했다.
2024년 말에는 SK텔레콤의 자회사였던 AI 반도체 기업 사피온(SAPEON)과의 합병을 마무리 지으며, 기업가치 1조 3,000억 원 규모의 국내 최초 AI반도체 유니콘 스타트업으로 재탄생했다. 단순한 투자 확대를 넘어 국내 반도체 IP·기술·인력·AI 생태계를 수직 통합한 대표 기업으로 거듭난 셈이다.
리벨리온 3대 핵심 제품
■ ION – 속도를 위한 설계
리벨리온의 첫 제품인 ‘아이온(ION)’은 고빈도 매매(HFT, High-Frequency Trading)를 위한 초고속 연산용 AI칩이다. 박성현 대표의 모건스탠리 경력을 바탕으로 개발된 제품으로, TSMC 7nm 공정 기반이며 지연 최소화와 연산 효율성을 핵심으로 설계되었다.
■ ATOM – 추론 성능의 혁신
두 번째 제품인 ‘아톰(ATOM)’은 AI 추론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용 NPU SoC다. 삼성 파운드리 5nm 공정과 GDDR6 메모리를 기반으로, MLPerf 벤치마크에서 엔비디아 A100 대비 3배 이상 성능을 입증했으며 전력 소모는 1/5 수준에 불과하다. SK텔레콤, 코난테크놀로지, KT클라우드 등에서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 REBEL – 대형 모델을 위한 무기
최신 제품인 ‘리벨(REBEL)’은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AI 모델 가속에 특화된 차세대 칩이다. UCIe 칩렛 기술과 HBM3e 고대역폭 메모리(144GB)를 기반으로 하며, ‘리벨 쿼드(Quad)’ 구성으로 고성능 AI 서버에 대응하는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2025년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다.
SK텔레콤·코난테크놀로지와 ‘국산 LLM-NPU’ 생태계 실증
리벨리온은 국산 LLM-NPU 생태계 실현을 위한 핵심 파트너들과 실증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텔레콤은 자사 거대언어모델 에이닷엑스(A.X) 기반의 통화 요약 서비스에 ‘아톰’ 칩을 적용해 상용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아톰 맥스(ATOM-Max)’를 연내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산 LLM과 NPU의 결합을 통해 소버린 AI를 실현하는 국내 최초의 본격 사례로 평가된다.
AI 서버 전문 기업 코난테크놀로지도 자사 LLM을 탑재한 ‘코난 AI 스테이션’에 리벨리온 NPU를 적용해 GPU 없이도 독립적인 온프레미스 AI 인프라를 구축했다. 보안성과 비용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로, 국산 기술로만 구축된 ‘로컬 AI 생태계’ 모델의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ESS 스타트업과의 협업…전력 인프라까지 국산화
AI 반도체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에너지 효율성이다. 리벨리온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스타트업 스탠다드에너지와 협력하여 AI 데이터센터용 전력 시스템을 공동 개발 중이다. 해당 시스템에는 **발화 위험이 낮고 고출력이 가능한 바나듐 이온 배터리(VIB)가 적용되며, 아톰 칩이 탑재된 서버랙과 연동하여 고효율·고안전성 전력 인프라를 실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융합을 넘어, AI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한 지속가능한 국산 인프라 모델을 제시하는 시도로서 의미가 크다. SKT·코난의 AI 소프트웨어, 리벨리온의 NPU, 스탠다드에너지의 ESS가 맞물리며 소버린 AI의 인프라 삼각축이 구체화되고 있다.
총 3,000억 원 투자 유치…중동·유럽·일본으로 확장
리벨리온은 누적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중 단연 돋보이는 자금력을 확보했다. 2024년 1월에는 KT, 신한벤처투자, KDB산업은행, 프랑스의 코렐리아캐피탈, 일본 DG다이와벤처스 등 글로벌 VC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고, 7월에는 사우디 아람코 와에드 벤처스로부터 국내 최초로 투자를 유치하며 중동 시장 공략도 본격화했다.
향후 일본, 동남아,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클라우드, 보안, 금융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확장을 준비 중이며,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들과의 PoC도 병행하고 있다.
“우리가 엔비디아를 제치는 반란(Rebellion)을 꿈꾼다”
박성현 대표는 “다들 미쳤다고 해도 그게 된다고 생각해야 스타트업입니다. 우리가 AI 시대의 엔비디아, 퀄컴 같은 회사를 제치는 반란을 꿈꿉니다.”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은 더 이상 '한국의 반도체 스타트업'이 아니다. AI 반도체, LLM, 전력 인프라를 아우르는 독자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며, 기술·철학·자본을 모두 갖춘 차세대 혁신 기업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테크풍운아 칼럼니스트 scienceaza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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