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는 AI가 짜지만, 문제는 인간이 정의한다”

이미지 = imageFX 생성
이미지 = imageFX 생성

‘엘리트 코스’에서 AI의 도전을 맞이하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컴퓨터공학과 디자인은 의대 못지않게 각광받는 엘리트 코스로 꼽혔다. 초등학생 때부터 코딩 학원에 다니고, 미술·디자인 입시학원 앞은 늘 북적였다. 부모들은 자녀가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가 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인공지능은 이들 직업의 본질을 흔들고 있다. 프로그래밍과 디자인 모두에서 단순 구현·제작 능력은 빠르게 자동화되고 있으며, 이제는 ‘AI와 함께 무엇을 창조할 것인가’가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프로그래머, 코드 노동자에서 문제 해결 감독자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코딩은 미래의 필수 언어’라는 말이 유행했다. 파이썬, 자바, C++를 배우려는 학생들로 사교육 시장은 붐볐다. 하지만 지금은 GitHub Copilot, ChatGPT 기반 코딩 보조 툴이 초보 개발자가 며칠 걸릴 작업을 몇 초 만에 처리한다. 함수 작성, 디버깅, 모듈 구현까지 AI가 대신한다.

그렇다고 프로그래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문제를 정의하고 아키텍처를 설계하는 능력이다. AI는 주어진 명령을 수행할 뿐,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지는 못한다. 앞으로 프로그래머는 단순한 코드 작성자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감독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디자이너, 손끝 기술자에서 감각의 디렉터로

디자인 역시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때 그래픽 디자이너는 안정된 창의직으로 불렸다. 그러나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로고, 일러스트, UI 시안이 단 몇 초 만에 생성된다. 과거 수일 동안 고민하던 시안 작업이 이제는 클릭 한 번으로 완성된다.

하지만 디자인의 본질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데 있지 않다. 사용자 경험을 설계하고, 브랜드 철학을 시각화하며, 사회적 맥락을 반영하는 감각은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앞으로 디자이너는 포토샵 기술자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석하고 맥락을 반영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진화해야 한다.

교육의 방향도 달라져야 한다

그렇다면 코딩 교육과 디자인 교육은 여전히 필요한가? 답은 ‘그렇다. 그러나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다. 단순 문법 암기와 기술 반복에 치중한 사교육은 아이들을 AI의 경쟁자가 아니라 뒤처지는 사람으로 만든다.

앞으로의 교육은 문제 정의와 창의적 프로젝트 기반 학습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게임이나 XR 콘텐츠를 만들며 기술을 도구로 활용하고, AI와 협업해 결과물을 검증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코드를 직접 치는 능력보다 AI가 만든 코드를 해석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 단순한 그림보다 브랜드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는 사고가 필요하다.

AI 시대가 묻는 질문

AI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전문가의 존재 이유를 더 뚜렷하게 보여준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이 제공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코드는 AI가 짠다. 그림도 AI가 그린다. 그러나 문제를 정의하고, 맥락을 해석하며, 사람의 경험과 감각을 반영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다.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는 단순 기술자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적 감독자일 것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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