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는 방식은 달라져도, 가르치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이미지 = imageFX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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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중심, 그러나 AI가 먼저 흔드는 직업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교육 목표는 흔히 의대나 로스쿨 같은 전문직으로 귀결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아온 사람은 교사와 교수다. 사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을 대학으로 이끄는 강사부터, 연구와 강의를 담당하는 대학 교수까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교육을 설계해왔다.

그러나 AI 시대, 이 전통적 역할은 가장 먼저 흔들리고 있다. 지식 전달의 속도와 정확도에서 인간은 이미 AI를 따라잡을 수 없다. 초등학생도 ChatGPT에 질문하면 교과서 내용을 넘어선 풍부한 설명을 듣고, 대학생은 AI 튜터로 원하는 과목을 맞춤형으로 학습한다. MOOC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은 세계 최고 교수들의 수업을 클릭 한 번으로 접속하게 만들었다.

교사, 정답 제공자에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으로

과거에는 명강사의 필기 노트가 합격의 비밀병기였다. 하지만 이제는 AI가 자동으로 요약 노트를 제공한다. 단순한 문제 풀이와 정답 전달은 더 이상 교사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그렇다고 교사가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교사의 가치는 ‘정답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에서 나온다. 수학 문제를 풀어주는 것은 AI가 할 수 있지만, 그 문제를 통해 스스로 사고를 확장하도록 이끄는 일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시험 대비식 교육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만, 지식을 삶과 사회 속에서 연결하도록 돕는 일은 여전히 교사의 몫이다.

교수, 연구자에서 학습 경험의 멘토로

대학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논문 한 편을 더 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을 사회와 연결하고 학생들이 연구의 즐거움을 느끼도록 돕는 일이다. 온라인 공개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로 세계 최고 강의를 들을 수 있지만,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연구와 토론 속에서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일은 교수만이 할 수 있다.

앞으로 교수의 가치는 지식의 전수자가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사고를 넓힐 수 있는 멘토이자 동반자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다.

사교육, ‘더 많이·더 빨리’의 한계

지금 한국의 사교육은 여전히 ‘더 많이, 더 빨리, 더 정확하게’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은 AI 시대에 무력하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은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배운 것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힘, 그리고 배움 자체를 즐기는 태도다.

교육자가 살아남기 위한 세 가지 능력

첫째, AI 활용 능력이다. AI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수업의 보조자이자 학습 동반자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둘째, 학습 경험 설계 능력이다.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참여하고 몰입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멘토링과 코칭 역량이다. 교사와 교수는 학생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학업을 넘어 삶의 방향까지 함께 고민해주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지식 전달자는 사라지지만, 교육자는 더 중요해진다

AI 시대, 교수와 교사의 길은 지식의 전달자에서 학습 경험의 설계자로의 전환이다. 아이들을 준비시키는 교육은 더 이상 문제풀이식 주입이 아니라, AI와 함께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며 새로운 배움의 길을 여는 훈련이어야 한다.

배우는 방식은 달라져도, 가르치는 사람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그 모습은 과거와 전혀 다른 형태일 것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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