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는 AI가 올려도, 팬덤은 사람이 만든다”

이미지 = imageFX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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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 그러나 AI가 파고든 영역

“커서 뭐가 되고 싶니?”라는 질문에 예전 아이들은 의사, 판사, 과학자를 답했다. 그러나 오늘날 교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유튜버, 스트리머, 크리에이터다. 부모 세대는 처음에 “그게 직업이 되냐”고 고개를 갸웃했지만, 지금은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는 스타 크리에이터들이 등장하며 인식이 달라졌다. 아이들에게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꿈이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동시에 불안도 커진다. 최근 AI는 영상 편집, 자막 생성, 썸네일 제작, 음성 합성, 심지어 시청자 맞춤형 콘텐츠 운영까지 해낸다. “앞으로는 유튜브 채널 전체를 AI가 운영하지 않을까?”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기술의 속도만 보면 인간 크리에이터의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것처럼 보인다.

크리에이터의 본질은 팬덤, 관계에서 나온다

여기서 착시가 있다. 조회 수와 알고리즘 공략만이 크리에이터의 전부라면 AI가 곧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진짜 크리에이터의 힘은 팬덤에서 나온다. 콘텐츠는 모방할 수 있어도, 팬과 나누는 관계와 세계관은 흉내낼 수 없다. 팬들은 영상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사람의 개성·가치관·스토리에 끌린다.

실제로 글로벌 크리에이터 산업은 단순 조회 수 경쟁에서 팬덤 경제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인기 유튜버들은 광고 수익보다 굿즈, 팬미팅, 브랜드 협업으로 더 큰 수익을 창출한다. 케이팝 아이돌이 세계관을 중심으로 팬덤을 확장하듯, 크리에이터도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축해 팬들을 묶는다.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회사들이 단순 제작 지원보다 브랜딩과 커뮤니티 운영을 중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사교육, 기술 교육만으로는 한계

지금의 ‘크리에이터 학원’은 촬영 기법, 편집 툴, 알고리즘 공략법을 가르치는 데 치중한다. 그러나 이런 영역은 곧 AI가 더 잘한다. 아이들이 진짜 배워야 하는 것은 자기만의 서사를 만들고, 팬과 장기적 관계를 맺는 힘이다. 같은 영상을 찍더라도 “왜 이 영상을 만들었는지”를 설명하고, 댓글로 팬과 소통하며, 콘텐츠를 매개로 관계를 확장하는 경험이 교육에 포함돼야 한다.

AI 시대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세 가지 역량

첫째, AI 도구 활용 능력이다. 반복 작업과 기술적 부담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데 AI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둘째, 세계관 설계 능력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팬이 몰입할 수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만드는 힘이다.

셋째, 팬덤 운영 능력이다. 팬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신뢰와 유대를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성장시킬 수 있어야 한다.

결국 크리에이터의 힘은 사람에게 있다

AI 시대에도 크리에이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편집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만, 사람을 모으고 관계를 만드는 힘은 인간의 것이다. 아이들이 크리에이터를 꿈꾼다면, 부모와 사회가 준비해야 할 교육은 기술 습득을 넘어 스토리와 인간적 매력을 키우는 방향이어야 한다.

AI가 조회 수를 올려줄 수는 있어도, 팬덤을 만드는 건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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