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쓰는 건 AI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인간이다”

이미지 = imageFX 생성

글쓰기는 여전히 기본기, 그러나 AI가 먼저 흔든다

입시 논술, 자기소개서 첨삭, 창의적 글쓰기 수업은 꾸준히 인기다. 부모들이 글쓰기를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글은 대학 입시와 취업, 사회생활 어디서든 도움이 되며, 논리적 사고와 설득력 있는 표현을 가능하게 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오랫동안 ‘미래를 준비하는 기본기’로 자리매김해왔다.

그러나 AI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는 시대, 저널리스트와 작가라는 직업은 가장 큰 도전을 받고 있다.

기자, 속보 기계에서 사회 해석자로

이미 언론 현장에는 ‘AI 기자’가 활약 중이다. 경제 뉴스, 스포츠 경기 결과, 날씨 기사 등은 알고리즘이 자동으로 작성한다. 해외 매체는 경기 종료 직후 AI가 생성한 리포트를 발행하고, 국내 언론사들도 주식 시황이나 부동산 동향 기사에 AI를 빠르게 도입 중이다.

하지만 기자의 본질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AI가 “집회 참가자 3만 명”이라는 사실은 알려줄 수 있지만, 왜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는지, 그들의 구호에 담긴 절박함은 현장에서 발로 뛰며 취재하는 기자만이 포착할 수 있다. 단순한 속보 작성이 아니라, 팩트에 의미를 부여하고 사회적 맥락을 해석하는 능력이 기자의 핵심 경쟁력으로 남는다.

작가, 문장 기술자에서 시대의 해석자로

AI는 줄거리를 짜고 문장을 이어붙일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상처와 사랑, 사회의 불안과 희망을 문학적 언어로 담아내는 것은 기계가 대신하지 못한다. 독자가 소설 속 인물에게 눈물 흘리고 분노하는 이유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시대정신과 인간적 경험 때문이다.

결국 작가의 역할은 문장을 잘 쓰는 기술자가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진실을 드러내는 해석자로 확장된다.

AI가 못하는 세 가지 능력

앞으로 저널리스트와 작가가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탐사 능력이다. AI는 기존 데이터로 글을 쓰지만, 인간은 발로 뛰며 새로운 데이터를 발굴할 수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목소리를 찾아내는 힘이다.

둘째, 해석 능력이다. 같은 수치라도 어떤 맥락과 서사로 풀어내느냐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인간은 그 차이를 설계하고 사회적 파장을 읽어낸다.

셋째,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글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감정과 서사를 담는다. 이 힘은 AI가 흉내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사교육 글쓰기, 시험 정답에서 벗어나야

지금의 글쓰기 사교육은 문법적 정확성과 구조적 완결성에 치중한다. 논술 정답을 찾고, 자기소개서를 매끄럽게 다듬는 기술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런 영역은 곧 AI가 더 잘한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사실을 넘어 진실을 추구하고,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글쓰기다.

인간다운 글쓰기만이 답이다

AI는 기사를 쓰지만, 정의를 세우지는 못한다. AI는 소설을 쓰지만, 인간의 눈물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글쓰기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무기다.

콘텐츠는 AI가 만들어낼 수 있어도, 진실을 기록하고 세상을 바꾸는 글은 인간만이 쓸 수 있다. 아이들이 배워야 할 글쓰기 교육의 방향도 시험 정답 맞히기가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며 변화를 이끌어내는 인간다운 글쓰기여야 한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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