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는 기계가 복제해도, 맛과 예술은 인간이 창조한다”

이미지 = SORA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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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꿈, 그러나 자동화의 도전 앞에 서다

셰프는 의사·변호사처럼 확실한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는 직업은 아니지만, 아이들의 장래희망 목록에는 늘 꾸준히 등장해왔다. 부모들도 “꼭 전문직이 아니더라도 예술이나 요리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기대를 품는다. 그래서 요리 아카데미와 학원은 지금도 사교육 시장에서 인기다.

그러나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 낭만적인 영역에도 변화를 몰고 왔다. 해외의 일부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이미 로봇 셰프가 주방에 들어섰다. 로봇 팔은 레시피대로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며, 일정한 품질을 유지한다. 패스트푸드 매장에서는 주문 즉시 햄버거를 만드는 로봇이 등장했고, 한국에서도 무인 카페와 서빙 로봇은 낯설지 않다.

기능적 조리는 자동화, 감각과 이야기는 인간의 몫

겉으로 보면 요리도 곧 자동화의 직격탄을 맞을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결론은 다르다. 로봇은 레시피를 충실히 따르지만, 인간의 미각을 만족시키는 창의적 조합은 여전히 셰프의 몫이다. 같은 재료와 조리법을 써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손맛, 감각, 그리고 요리에 담긴 이야기 때문이다.

요식업 산업은 효율성과 자동화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원한다. 한 끼 식사에도 셰프의 철학, 지역의 맥락, 재료에 담긴 이야기를 찾는다. 로봇은 기술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감각과 맥락, 그리고 이야기가 담긴 창조물이다.

사교육, 기능 훈련에 갇혀 있다

한국의 요리 사교육은 여전히 레시피 암기와 기능 훈련에 치중한다. 그러나 이런 영역은 AI와 로봇이 훨씬 더 잘한다. 기계는 실수 없이 일정한 품질을 유지하고, 속도도 빠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훈련이 아니라 감각을 넓히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능력이다.

셰프라면 지역 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힘이, 아티스트라면 사회적 메시지와 인간적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셰프와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세 가지 역량

첫째, 창의적 감각이다. 기계가 따라 할 수 없는 완전히 새로운 맛과 표현을 창조하는 힘이다.

둘째, 문화적 해석력이다. 음식과 예술은 사회와 문화의 맥락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시대와 공동체의 이야기를 읽고 이를 작품과 요리에 반영해야 한다.

셋째, 스토리텔링 능력이다. 요리와 예술은 단순한 결과물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하는 매개체다. 이야기가 없는 요리와 예술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결국 감동은 인간만이 줄 수 있다

AI 시대, 셰프의 길은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라 인간의 감각과 이야기를 창조하는 예술가로의 전환이다. 로봇은 요리를 완벽히 조리할 수 있지만, 손님을 감동시키는 것은 셰프의 철학과 손맛이다. AI는 이미지를 그려낼 수 있지만, 시대를 울리는 작품은 인간 아티스트의 감정과 영혼에서 나온다.

아이들이 셰프를 꿈꾼다면, 부모와 사회가 준비해야 할 교육은 단순한 기능 훈련이 아니다. 감각을 키우고 이야기를 담으며 세상과 연결되는 창조의 힘을 기르는 교육이어야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그리고 그 감동이야말로 셰프와 아티스트의 미래를 지켜주는 가장 확실한 힘이다.

금몽전 기자 kmj@kmjourna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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