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브가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단독 콘서트를 개최하며 첫 아시아 투어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공연은 버추얼 아이돌이 ‘대형 공연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는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됐다.

플레이브 고척돔 공연 모습.  사진=블래스트 제공
플레이브 고척돔 공연 모습.  사진=블래스트 제공

고척돔을 채운 3만 7000명…버추얼 아이돌의 새로운 역사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가 11월 21일과 22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대시: 퀀텀 리프(DASH: Quantum Leap)' 앙코르 공연을 개최했다. 이틀간 약 3만 7000명이 공연장을 찾았고 선예매 단계에서는 53만 회가 넘는 호출량을 기록하며 양일 모두 좌석을 매진시켰다.

아바타 캐릭터가 무대를 이끄는 장면에 팬들은 거대한 환호로 답했고 가상 아티스트가 한국 대형 공연장의 주무대에 올라선 상징적 순간이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데뷔 2년 8개월 만에 고척돔…“고척에서 노래할 수 있을까 했는데 현실이 됐다”

플레이브는 2023년 3월 데뷔 후 아바타 기반 활동을 이어오며 급성장한 그룹이다.

이번 공연에서 멤버들은 “언젠가 고척돔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 했는데 그 꿈이 현실이 됐다”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데뷔 100일 라이브 방송에서 “언젠가 고척돔에서 공연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던 이들이 실제로 그 무대에 올라 환호를 받고 그들의 서사를 완성한 순간 팬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 함성은 한동안 멈추지 않았다.

플레이브 멤버들의 모습.  사진=블래스트 제공

버추얼의 장점이 극대화된 무대…현실과 가상이 자연스럽게 공존

공연은 버추얼 아티스트의 장점을 살린 과감한 연출로 가득했다.

‘여섯 번째 여름(The 6th Summer)’에서는 돌출무대를 가득 채운 대형 스크린 연출이 몰입감을 높였고, ‘웨이 포 러브(WAY 4 LUV)’는 유럽 오페라하우스를 연상시키는 무대 장치와 가면 연출이 더해져 장면 자체가 애니메이션처럼 구성됐다.

‘크로마 드리프트(Chroma Drift)’에서는 자동차가 떠다니는 비주얼이 등장하며 현실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을 자연스럽게 실현했다.

‘대쉬(Dash)’ 무대는 라이브 밴드와 약 20명의 댄서 퍼포먼스가 더해져 가장 압도적인 실연 무대를 완성했다.

하민의 피아노로 시작된 ‘아일랜드(Island)’와 ‘12시 32분(A to T)’는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선보인 동방신기의 ‘주문(MIROTIC)’ 커버 무대에서는 검정 슈트와 레이스 안대를 활용한 콘셉트 변화로 강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공연 후반부에는 홍대를 배경으로 한 ‘버스킹’ 코너가 마련돼 예준과 은호가 자작곡 ‘좋아한다는 그 한마디’와 ‘벗 유어 아이돌(But Your Idol)’을 선보이며 음악적 역량을 보여줬다.

앙코르에서는 새 싱글 ‘뿌우!(BBUU!)’를 비롯해 ‘왜요 왜요 왜요(Why?)’, ‘봉숭아’, ‘메리 플리스마스(Merry PLLIstmas)’ 등이 이어지며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일부 장면에서는 캐릭터 손 떨림, 송출 지연 등 소규모 기술 오류가 있었지만 전체적인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수준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고척돔 공연 모습 사진=이하 플레이브 X
고척돔 공연 모습 사진=이하 플레이브 X

해외 팬들이 줄 선 고척돔…확장되는 아시아 팬덤

공연장 밖에는 일본·중국·말레이시아 등지에서 방문한 해외 팬들이 일찍부터 자리했고 굿즈 교환, 팬부스 활동이 공연 전부터 이어졌다.

관객 성비는 여성 99퍼센트, 연령대는 20대 47.1퍼센트와 30대 40.7퍼센트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형 공연장 외곽에 해외 팬버스가 줄지어 서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해외 팬들이 “가상 캐릭터라 더 집중된다”, “외형보다 상호작용의 매력이 크다”고 말하는 등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수용도 역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타이베이–홍콩–자카르타–방콕–도쿄…6개국 투어의 마지막 ‘고척돔’

플레이브는 지난 8월 KSPO 돔 단독 콘서트를 시작으로 아시아 6개 도시 투어를 이어왔고 고척돔에서 투어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멤버들은 “플리의 응원 덕분에 상상도 못했던 무대까지 올 수 있었다”며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편견을 넘어 함께 역사를 만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플레이브 멤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플레이브 X
플레이브 멤버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플레이브 X

한국이 선도하는 버추얼 엔터테인먼트…산업의 ‘전환점’

글로벌 버추얼 콘텐츠 시장은 2025년 208억 달러에서 2032년 1,23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팬덤 규모 3억 명, 일본은 인구의 11퍼센트가 팬덤 활동을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형 버추얼 공연 규모만큼은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척돔에서 3만 7000명을 동원한 이번 무대는 버추얼 아이돌이 ‘실험적 장르’가 아닌 대중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증명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아웃사이더 칼럼니스트  sjb17767@gmail.com

관련기사
저작권자 © KMJ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